공직사회의 기강 확립이 시급하다
공직사회의 기강 확립이 시급하다
  • 신아일보
  • 승인 2007.10.30 1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공직사회의 기강 문란과 도덕적 해이가 관용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감독기관이 있기나 하는지 모를 일이다. 해외 출장 나가 무슨 일을 해도 상부에서는 알 길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귀국보고서도 적당히 내면 그만인 것으로 보인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행정자치부와 경찰청 직원들이 제출한 해외연수 보고서를 분석해 본 결과 이런 불신 표절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행자부 공무원이 제출한 ‘2006년 제2기 선거제도 해외연수 보고서’는 앞부분이 인터넷에 있는 900원짜리 대학생 리포트와 똑같았다. 괄호 속 영문 및 숫자, 표기 모두가 완벽하게 같았다. 일자 일획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베껴서 낸 것이다.
경찰 공무원이 낸 연수보고서 역시 인터넷 사이트에서 1200원에 살 수 있는 대학생 리포트와 말만 조금 다를 뿐이라고 한다. 누구나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서를 베껴 귀국 보고서라고 제출 한 것이다.
선거 담당 공무원들은 1인당 400만원의 예산으로 작년 7월 ‘선진 유럽의 선거제도 연구 자료조사’를 한다면서 12일간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체코, 오스트리아 5개국을 다녀왔다.
그러나 연수기간 중 업무와 관련된 일정은 파리시 방문한 것이 전부였다. 나머지는 무엇을 했는가.
결국 국민 세금 6400만원 쓰고 연수를 다녀와 900원짜리 리포트를 베껴서 연수보고서를 내고 끝낸 것이다.
이런 행태는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이 행자부와 경찰청에서 입수한 보고서와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난 사실이지만 다른 부처 공무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게 분명하다.
9월 현재 예산규모 상위 30개 기관의 직원 연수와 해외출장에 들어간 돈을 501억 원이나 되지만 그 중 구체적 목적이 정해지지 않아 관광성 외유로 의심받을 만한 출장이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경기도와 산하기관 직원 53명이 프랑스, 그리스, 터기의 시청 등 관공서를 방문하는 일정을 짰다가 상대국으로부터 업무사정상 ‘방문불가’통보를 받고도 출장을 떠나 실컷 유람만 하고 온 것과 같은 사례가 수도 없이 많다.
이들이 유독 강심장이어서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이들의 선배 동료들이 엉터리 보고서를 써도 사후에 검증 받은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공직사회의 경험에서 낳았을 것이다.
국민의 세금은 눈먼돈으로 여기니 이런 일들이 나오는 것이다. 공무원 개인이 도덕적인 해이를 탓하기에 앞서 정부의 감독 시스템부재를 꾸짖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