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안도 쓸지 못하면서, 어찌 천하를 쓸어버릴 수 있겠는가
한 집안도 쓸지 못하면서, 어찌 천하를 쓸어버릴 수 있겠는가
  • 황미숙
  • 승인 2012.09.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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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요나라 소태후(蕭太后), 소작(蕭綽)
과거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가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은 ‘아들’이었다.

또 하나의 권력인 ‘태후’라는 이름을 갖기 위해 어머니와 아내라는 이름을 버린 여인들이 있었다.

여성에게 권력은 무엇인가? 우리는 권력의 정점에 섰거나 그 자리를 위해 갖은 노력을 한 여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정치가?권력자?지배자였던 여성들을 실제의 역사 기록은 어떻게 남아 있을까? 903년 당나라 때, 내몽골지역에 거란족 야율아보기가 ‘거란국’을 세우고, 그 뒤를 이어 태종인 야율덕광은 국호를 ‘요(遼)’로 고쳤다.

야율아보기는 거란문자를 만들어 민족이 중화(中華)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고, 926년에 발해를 멸망시킨다.

태조로부터 목종 야율영에 이르기 까지 요나라는 4대의 제왕을 거치는데, 이 기간의 요나라는 왕위쟁탈로 정치적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었다.

어릴적 정원의 구석구석 황사를 깨끗하게 쓸어내던 소작(蕭綽)은 승천황태후(承天皇太后)로도 불린다.

소태후(蕭太后: 953~1009)는 요나라 경종의 황후이자 성종의 어머니로 남편의 몸이 허약해 그의 재위 시절에도 주요한 정사를 처리하였다.

982년 요나라 성종이 12세에 보위에 오르자 29세 소작은 태후의 신분으로 27년간의 섭정이 시작 되었다.

소작에게 당면과제는 대내적으로는 구세력의 반격에 대처하는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송나라 조광의가 일으킨 100만 대군의 공격에 대응하는 것이었다.

이때에 거란은 40만 군대를 동원하여 연운 16주를 지켜내게 된다.

이렇게 외침을 막고 내치를 충실히 하였으며, 특히 ‘전연의 맹’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전연의 맹’으로 거란은 가장 큰 적이었던 송나라와 화친을 맺었다.

첫째, 송나라를 형으로 하고 요나라를 동생으로 하는 대등조약을 맺고 둘째, 송나라에서 해마다 은 10만 냥, 명주 20만 필을 세폐(歲幣)로서 요나라에 보내고 셋째, 양국간의 국경은 현상을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송나라는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돈으로 사버렸다.

두 나라 간의 평화 유지는 거란으로 하여금 고려를 본격적으로 침공할 힘을 갖도록 하였다.

마음만 먹으면 송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으나 적절한 판단으로 막대한 물자를 받아내는 소태후의 지략은 전쟁을 제대로 활용한 모사가 이자 정치가라고 하겠다.

우연히도 이 당시 고려 역시 천추태후가 정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당시 국제 정세가 격동하는 만큼이나 천추태후대의 고려는 격동의 시기였다.

이때에 고려 내부에서 강조가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잡았으며 고려 목종이 죽었다.

거란은 ‘강조의 정변’을 빌미로 고려를 침략한다.

요하 유역에서부터 시작되는 유목 제국이 중국을 공격하기 위해서 동쪽을 먼저 안정시키기 마련이다.

고구려 때 연나라가 그러했듯 요하 유역의 세력은 반드시 동쪽을 먼저 공격하게 되어있다.

이것은 필수 조건이다.

만약 동쪽을 공략하지 못 한다면 적어도 친교라도 맺어두어야 한다.

거란은 세 차례에 걸쳐 고려를 침입했으나 고려 장군 양규와 강조, 강감찬등에 의해 모두 패배하고 물러났다.

그러나 거란은 동만주를 정복하고 서쪽으로는 티벳, 탕구트 위구르에게 조공을 받으며 강력한 국가로 성장한다.

명나라 때에 소설 『양가장연의 (楊家將演義)』에서 송나라 태종은 거란과의 전쟁을 일으키는데, 이 전쟁에서 송나라 군대는 세 개의 길로 나누어 출정한다.

이때에 거란에서는 33세의 황태후 소작이 앞장을 선다.

이 전쟁에서 양업은 포로로 잡혔다가 단식한지 사흘 만에 죽는다.

그리고 양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요나라의 소작은 양씨 집안사람들에게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양씨 집안남자들이 거란족과의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후, 양업 집안의 여자들이 남자들 대신 나서서 전쟁터에서 용맹을 떨쳤다는 ‘양문여장(楊門女將)’ 이야기는 소태후에 대한 비록 허구적인 소설 속의 서사이지만 이후 오랜 세월동안 중국 사람들을 매료시킨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다.

《맹자(孟子)》〈離婁上(이루상)〉에서는 “천하를 얻는 데 방도가 있으니 그 백성을 얻으면, 이에 천하를 얻을 것이다(得天下有道 得其民 斯得天下矣).”라고 하였다.

고금을 막론하고 인심을 얻는 방법은 정해져 있다.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이룰 수 있으리라. 백성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에게 모아주고, 싫어하는 것은 시행하지 않는다는 것 이다.

그러나 지금 천하를 얻으려는 자는 백성들이 원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모른다는 것인지, 모른 척 한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직도 그들만의 잔치에 몰두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주인공이 되는 그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