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줄였다지만, 이대론 안된다
규제 줄였다지만, 이대론 안된다
  • 신아일보
  • 승인 2007.10.2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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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태 일 총무국장

혁신을 그토록 외치던 참여정부의 요즈음 모습을 보면 혁신은커녕 오히려 무사안일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판을 치고 있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공공기관을 늘리며 이 때문에 온갖 불합리한 규제(規制)가 난무해 ‘큰 정부’의 비효율이 극심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세금으로 흥청망청 돈 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어쩌다가 나라 꼴 이 이지경이 됐는가?
대선을 앞두고 경제단체들이 차기 정부에 기대하는 정책과제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임기 말까지 규제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고 큰 소리쳤지만 기업들은 규제를 되레 늘리는 현 정부 아래서는 더 기대할게 없다고 보고 있다.
정부규제 중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거나 시대에 뒤져 있는 것들이 많다. 또한 규제 신설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규제등록 의무규제 일몰 제 규제영향분석 제도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었음도 밝혀졌다. 정부의 규제는 원래 독과점 환경오염과 같은 외부불경제 지나친 불평등과 같은 시장실패를 완화하여 시장 경제가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가 좌파정부의 간섭만능주의 공무원의 권력 이기주의 환경단체와 노조 등의 정치권력화에 의해 지나치게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기업 투자를 저해하고 글로벌 경쟁시대에 우리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심각한 경제 침체를 초래하게 된다. 대통령직속 개혁위원회는 법령과 고시 등에 정해놓은 행정규제가 작년 말 8084건에서 현재 5078건으로 줄었다고 자랑했다. 현정부 출범 직전인 2002년 말 7724건에서 작년까지 규제가 매년 100건씩 늘어났는데도 올해 초엔 무려 3000건을 폐지했다는 것이다.
무려 37%의 규제가 줄어든 셈인데 행정의 수요자인 민간 기업의 체감규제는 나아진 게 별로 없다 실적을 과장한 뻥튀기 규제개혁과 규제장부에 잡히지 않은 미등록 규제 때문이다.
감사원 감사결과 정부의 규제 개혁은 똑같은 내용의 15개 규제를 개선해 놓고 관련 부처 수를 모두 합산해 62개라고 자랑하는 식이었다. 줄이라는 규제는 안 줄이고 실적통계만 부풀린 것이다. 우리경제구조를 보면 국내총생산(GDP)대비 서비스업 비중은 작년 56.3%로 높아졌고 고용 비중은 65.5%까지 커졌다 제조업의 소프트 화가 가속돼 서비스업은 제조업의 보조 산업이 아니라 제조업 성장을 이끄는 주체가 돼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제조업 중심 사고에 머물고 이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구식 규제를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 조사에서 드러난 사례 중에는 여러 건의 관련 규제를 하나로 등록한 경우도 있다. 원칙만 등록해놓고 세부규제 내용은 등록하지 않기도 했다. 공무원은 규제가 아니라고 보지만 기업으로선 부담스러워하는 규제도 있다.
규제의 질(質)도 문제다. 법령 아래의 고시(告示)에 기업이 도저히 지킬 수 없는 기준을 정해놓기도 한다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못할 내용을 줄줄이 적어놓은 경우도 있다.
연못을 향해 무심코 던지는 돌에 개구리의 생사가 달린 줄 모르는 것이다.
우리경제는 이제 소수의 정부 관료와 정치인이 관리하기엔 너무 크고 복잡해졌다. 정부가 가진 정보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민간보다 우월하다는 보장이 없다. 정부가 규제를 한다는 것은 그들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이득을 주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겐 불이익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정부의 힘을 너무 강하게 하고 필연적으로 관료들의 권력 남용과 부정부패를 초래하게 된다.
지난 10년 간 구호에 그친 규제개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이제 규제의 절반 이상을 폐지하는 규제혁명을 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선 관료와 정치인들의 규제에 대한 근본적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관료들의 인식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정부 규모와 공무원 숫자를 줄임으로써 불필요한 규제를 양산할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이 급선무다.
그럼에도 지난 4년 간 5만 7000여명을 늘렸고 정권 말기인 지금도 매주 몇 십 명씩 증원하고 있으니 규제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어느 나라든 경제개혁을 하려면 정부 및 공공부분 개혁부터 시작한다. 뉴질랜드 아일랜드는 물론 이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경제 우등생들이 모두 걸었던 길이다. 노무현 정부는 혁신을 입버릇처럼 외치면서도 정부 공공 개혁을 외면했다 다음정부가 할 일은 명백하다.
과감한 공공부문 수술로 국민 부담을 줄이고 민간 부문 의 창의와 역동성이 제고 되도록 도와야 한다. 다행히 이번 대선 유력 주자들은 저마다 정부규제를 완화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겠다고 외친다. 경제성장률을 6%-8%로 끌어올리고 일자리 250-500만개를 새로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모든 규제는 ‘공익추구’라는 명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표방 일 뿐 실제로는 ‘규제가 곧 밥그릇’이 되곤 한다. 따라서 정부가 솔선해서 규제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자유주의 시각에서 규제문제에 대한 메시지는 명료하다. 선한 뜻에서 일을 벌일 때 바로 경계심을 갖고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개선안을 피규제 자 입장에서 적극 수용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