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이 ‘검은 돈 상납받나’
국세청장이 ‘검은 돈 상납받나’
  • 신아일보
  • 승인 2007.10.2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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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소개로 알게된 부산 건설업자 김상진씨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1억6000만원을 전균표 국세청장에게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 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런 진술이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세무행정의 최고 책임자가 세무조사를 무마해준 대가로 부하 간부를 통해 검은 돈을 전달 받았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전 청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즉각 부인했지만 검찰 관계자는 ‘진술의 신빙성을 미지수이지만 정씨가 그런 진술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누구 말이 맞는지를 밝혀내는 일만 남은 셈이다. 지금 단계에서 돈을 줬다는 정씨의 진술만으로 혐의를 입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정씨는 뇌물 받은 사실은 순순히 시인하면서도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 왔다.
그러면서 면회 온 주변 사람들에게는 ‘그 돈은 내 돈이 아니다 억울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딘가 말 못할 곳에 돈이 쓰여졌으며 누군가를 보호하려 한다는 느낌을 준다.
정씨가 구속되기 전날 국세청장과 구속당일에는 국세청차장과 통화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국세청장에게는 ‘별일 아니다’ 차장에게는 ‘조직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는게 국세청 설명이지만 과연 그 말뿐이었을까 의심스럽다.
또 전 청장은 검찰이 국세청 사무실 압수 수색에 나섰을 때 수사관들에게 ‘수사의 조기 종결을 바란다’며 요청하기도 했다. 국세청장에게 6000만원을 상납했다는 정씨의 진술을 한 뇌물수수 공무원의 근거 없는 주장으로 단정할 수 없게 만드는 정황들이다.
이번 사건으로 국세청의 혼탁한 분위기가 여실히 드러났다. 지방 국세청장이라는 사람이 세무조사 중단과 1억 원의 뇌물을 맞바꾸고 탈세 비리를 제보한 사람은 탈세한 사람에게 알려 주고 세금추징금을 고민하자 회사를 폐업하면 세금안내도 될 것이 아니냐고 했다니 말이다.
그야말로 요지경 속이다. 국세청이 어떤 곳인가. 나라의 곳간을 지키는 그야말로 막중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과거 정치자금을 만드는 역할을 한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역대 최고 권력자는 국세청장 자리에 자신이 절대적으로 신임하는 인물을 앉혔다.
이번 사건은 부패한 정부라는 오명을 초래 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검찰은 한 점 의혹도 없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예부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했다. 자고 깨면 들리는 소리가 정치인들의 거짓말이요. 사회지도급 인사들의 비리 노출이 순박하게 살아온 국민들에게 어리석게만 생각된다.
이제는 국민들도 자신도 모르게 한 몫 잡고 거짓말하면 오리발 내밀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