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센 공정위’옷벗자마자 대기업·로펌으로
‘힘센 공정위’옷벗자마자 대기업·로펌으로
  • 신아일보
  • 승인 2007.10.25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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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회의 4급 이상 퇴직 간부 35명중 75%(25명)가 법무법인(로펌)이나 대기업 등 공정위의 감독대상 기업에 재취업했다는 통계가 국정감사를 통해 공개됐다.
현행 공직자 윤리법은 퇴직 후 2년 간 재직 중 업무와 관련이 있는 영리 법인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퇴직자의 94%(31명)가 그만 둔지 2년 안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3명은 퇴직 직후에, 20명은 퇴직 후 한달 안에 재취업했고 로펌으로 간 간부는 부위원장,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 핵심간부들로 자리를 차고 앉았다.
법에서 말하는 ‘업무관련 법인’은 자본금 50억 원 이상인데 국내 로펌은 해당되지 않으므로 로펌 행은 공직자 윤리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직업선택의 자유’문제라고 항변할 것인가. 로펌들이 공정위 간부들을 ‘비싼 몸값’을 주고 데려가는 이유는 그만한 효용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 효용 가치란 과징금 불복 등 공정위와 소송중인 대기업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이들이 현업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로펌이나 대기업으로 옮겨 공정위를 상대로 한 소송에 관여한다면 누가 보아도 불공정 거래에 해당한다. 자신들이 법과 규정을 만든 만큼 허점 또한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기업이나 로펌이 공정위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다.
공정위 간부들을 영입한 로펌과 그러지 않은 로펌의 승소율 차이에서도 확인된다. 공정위의 권한 비대화는 정치권력에 대한 충성과 대가관계를 이루는 듯 하다. 공정위의 3개 소위원회 중 제2소위는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및 부당 내부거래 공기업과 불공정행위 기업결합 등을 담당한다.
2002년 이후 공정위 소송대리 상위 10개 로펌 중 7개 로펌에 퇴직공정위 간부가 근무하고 있다는 통계도 공개됐다. 공정위는 현장 조사권, 계좌추적권, 자료제출요구권을 손에 쥔 준(準)사법기관이다.
공정위의 행정편의를 위해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한 것도 문제지만 공정위는 대기업 집단의 경영투명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각종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과징금 부과 규모도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안에서는 때리고 밖에 나가 깎아달라는 식으로 표변해서는 공정위의 정당성마저 의심받기 십상이다. 공정위가 신뢰성을 높이려면 스스로 나서서 이런 관행을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