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어린 별들의 축제
어설픈 어린 별들의 축제
  • 신아일보
  • 승인 2007.10.2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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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 경북 의성

딸아이가 동네 병설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또래의 유치원생들이 몇 일을 준비하여 선을 보이는 유치원생 장기자랑 겸 축제가 있었다.
딸아이는 준비하는 기간 중에는 자신의 몸이 안 따라 준다며 투정을 부리기도 하더니 축제날 아침에는 아빠 엄마 꼭 참석하라며 신신당부를 하고 가는 것이었다. 쉬는 날이었지만 집사람만 참석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딸아이 엄마만 먼저 보내었는데 이내 전화가 오더니 참석하라고 보채서 대충 준비하여 유치원 축제장에 갔었다.
도착해보니 이미 축제 행사는 시작되었고 유치원생 학부모들이 많이 와 있었다. 무대 앞에 준비된 의자에 앉으니 무대가 잘 보이지 않아 뒤에 서서 무대를 보고 있는데 아는 지인들도 일부 와있는 것을 보았다. 무대에서는 조그마한 아이들이 서튼 몸짓으로 연극과 연주 춤을 선보이는데 예상외로 그들이 재미있고 참 귀여웠다. 잠시 후 딸아이가 나오는 순서가 되어 탬버린을 흔들며 춤을 추는 것을 보았다. 그 중에서 제일 마른 체격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애 아빠라서 그런지 딸아이가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었다. 개별적으로 보면 몸치라고 할 수 있겠는데 예쁘고 앙증맞은 무대복을 입고 단체로 춤을 추며 연주하니까 보기가 좋았다.
딸아이 뿐만 아니라 모두가 서툴고 부족하지만 그게 양념이고 약방에 감초여서인지 그저 귀엽고 예쁘기 그지 없었다. 서투른 몸짓, 서투른 연주 실력이지만 모두가 귀엽고 예쁘게 보인 것은 아마 우리 자녀들이 나름대로 몇일을 열심히 준비해서일 것이다.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어른들도 박수치며 웃음 짓는 모습을 보니 정말 어린 별들의 축제가 맞는 것 같았다.
나 자신도 젊다면 젊은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괜히 남자가 이런 자리에 오는 것이 쑥스러워 안 올려고 했었다. 그런데 와 보니 전부 자녀를 사랑해서인지 아니면 아내들의 등살에 어쩔 수 없이 참석했는지 모르지만 젊은 아빠들이 많이 와서 보고 있었는 것으로 봐서는 제 새끼가 이뻐서 일 것으로 생각된다. 끝나고 나서 아빠 하고 소리치며 오는 딸아이를 보고 그 옛날 내가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도 생기는 것 같고, 마지막 단체 악기놀이때는 아리랑을 연주했었는데 괜히 흥얼거리기도 했었다.
현재 어린 자녀들 두고 있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를 다니는 자녀가 있는 아빠에게 한 번 쯤 시간 내어 참석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의 자녀들이 하는 재롱을 보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도 일부 해소 되어 삶의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아울러 잠시나마 어린시절을 회상하게 해주고 아이들의 축제 준비를 위해 사랑과 격려를 주며 고생하신 딸아이 유치원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