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타슬로’를 아시나요?
‘치타슬로’를 아시나요?
  • 신아일보
  • 승인 2007.10.04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연충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치타슬로는 slowcity 즉 ‘느리게 사는 도시’의 이태리식 표현이라는데, 최대한 전통을 지키고 느리게 살기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국제 도시간 네트워크를 지칭한다 달팽이 로고가 이 운동의 취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최근 전남 담양과 장흥, 신안(증도), 완도(청산도) 등 4곳이 치타슬로(cittaslow) 지정을 추진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모든 느린 것을 아름답고 소중하게 여기며, 전통적인 삶의 패턴과 자연 및 문화환경의 유지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도시(또는 마을)의 옛 모습과 오랜 정취를 보전하기 위해 자동차 통행제한쯤은 기꺼이 감수하고, 전래의 생산·유통방식을 고수하며, 백화점이나 패스트푸드점 따위는 아예 들어설 여지가 없다.
‘치타슬로’는 1999년 이탈리아의 그레베 인 키안티와 포시타노, 오르비에토, 브라 등 4개도시 시장이 의기투합하여 출범하였는데, 지금은 유럽 10개국 93개 도시가 동참하고 있다 한다. 속도와 효율이 지배하는 21세기의 거대한 물줄기에 맞서 ‘느림’과‘공존’의 미학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역발상 운동이다.
60억 인구가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살아가야하는 글로벌 경쟁의 시대에서 속도와 효율, 그리고 편리를 추구하는 것은 어차피 피할수 없는 선택이긴 하다. 하지만 이 와중에서도 자연에 순응하면서 따뜻한 정이 흐르는 공동체를 이루어 소박하고 넉넉한 삶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노력에 한번쯤 눈길을 주어봄직 하지 않은가. 이런 면에서 보면 오늘의 우리 주변은 너무도 삭막하게 변해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도시는 이미 아파트숲으로 뒤덮이고 자동차가 넘쳐나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듯 살아가야 하는 각박한 삶의 공간이 되어버렸고, 이젠 시골의 논밭 한가운데나 산허리께에까지 불쑥불쑥 흉물스런 아파트건물이 무질서하게 들어서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올곧은 선비들이 부귀영화도 마다하고 낙향하여 자연을 벗삼아 넉넉한 삶을 살아가던 풍류는 까마득한 옛얘기가 되어버렸고, 이웃끼리 서로 품앗이하며 도타운 정을 나누던 마을공동체도 급속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한때 전통적인 삶의 양식을 고스란히 지켜가고 있는 마을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청학동’조차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시쳇말로 물을 버려놓았고, 영남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였던 김해평야는 오늘날 곳곳에 아파트와 공장이 들어차 옛날의 드넓은 전원풍경을 찾아볼 길 없고 이 시간에도 여기저기 도로와 철도를 새로 내는 공사가 어지럽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낭만적인‘전원’도, 개성 있는 ‘마을’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오랫동안 의심할 바 없는 것으로 여겨왔던 발전전략이나 가치관도 끊임없이 재조명되고 있다. 과거 산업화시대의 경쟁이 국가간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지역간, 도시간 경쟁의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집적의 이익’을 통한 양적 성장보다는 도시의 개성과 정체성 그 자체가 곧 경쟁력이고 브랜드가치를 지니게 되었다는 말이다.
일례로 앞서 말한 치타슬로의 상징인 달팽이 마크가 갖는 국제적인 친환경브랜드효과는 엄청나다고 한다. 치열한 글로벌경쟁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정확히 읽어낼 것이며, 그에 맞추어 우리가 갖고 있는 소중한 무형자산을 어떤 전략으로 지키고 가꾸어나갈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