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예비후보들의 돈 문제
대선 예비후보들의 돈 문제
  • 이 용 호
  • 승인 2012.07.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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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디나 돈 가뭄이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민주당 일부 대선 경선후보들이 거액의 경선기탁금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후보들에게 우선 1억 원의 기탁금을 받고 예비경선을 통과하는 5명의 본선 후보들에게는 3억 원씩을 추가로 거둘 예정이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려면 도합 4억 원을 내야만 한다.

거기에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하는데 6천만 원을 내야하니 거의 5억 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새누리당도 경선 기탁금으로 2억 5천만 원을 냈다.

역시 예비후보 등록비용 6천만 원을 감안하면 3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

국민 참여 경선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서민 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민주당 경선비용이 더 비싼 것은 아이러니이다.

대권을 잡겠다고 나선 분들에게 돈 몇 억 원쯤이야 하고 지나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재산 규모 등을 감안해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문재인 후보는 부모 재산 포함 총 11억 7천만 원의 재산신고를 했으며 민주당의 손학규 후보의 재산신고 금액은 3억 원이 채 못 된다.

‘아래로 부터'라는 슬로건을 내건 김두관 후보의 재산은 고작 7천 9백만 원에 불과하다.

그의 재산 규모가 슬로건과 유사한 상황이다.

여권 예비 후보들도 21억 원이 넘는 박근혜 후보를 제외하고는 형편이 넉넉지 못하다.

김문수 후보는 4억 4천만 원, 김태호 후보는 6억여 원에 불과하다.

가난한 대선 예비후보들은 과연 몇 억 원씩을 어떻게 마련하는 것일까.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한 그들이 어떻게 거액의 자금을 변통하는지 알 수는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선을 치르는데 이 정도의 자금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제대로 경선을 치르려면 수십 억 원이 들어가야 한다.

수 개월간 캠프에 상주하는 인원을 건사하고 지방 조직을 돌리려면 그 정도 규모의 자금은 필요하다.

후원회를 통해 일부 비용을 충당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원회 자금은 선거 회계법상 규정된 용도이외로는 지출할 수 없다.

또 요즘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후원금이 넉넉하다고 할 수도 없다.

그것 또한 후보의 지지도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결국 상당부분은 투명하지 않은 자금이 유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게 정치 현실이다.

얼마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씨가 저축은행 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되었고, 이에 앞서 현 정권의 실세였던 최시중 전방송통신위 위원장, 박영준 전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수감 상태에 있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다시는 저 같은 불행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김두관 예비후보가 오죽하면 “대통령이 되면 동생을 탄자니아 대사로 보내겠다.

"고 말했겠는가. 정치는 현실이고 현실정치에서 돈은 필요악이다.

어떤 후보도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지금 여의도에는 차기 정권에 ‘보험’을 들거나 ‘베팅’하려는 인사들로 넘쳐나고 있다.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접근해 더 많은 보험을 들고 ‘투자'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2등이 필요 없는 승자독식의 권력구조에서는 어느 후보든 이기고 봐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캠프에 찾아오는 ‘투자자'들을 환영할 수밖에 없다.

찾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박근혜 후보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어떤 경우든 내 이름을 팔아서 하는 것은 다 거짓말이다.

속지 않으셔야 한다.

"고 말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유력한 주자인 그의 이름을 파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반증이다.

지금 대선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이 시점에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권력과 돈의 검은 거래가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하는 각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5년 뒤, 정권의 실세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지금과 같은 비극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경선 비용에 관한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