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이 돋아날 때 베지 않으면, 결국 도끼를 써야 한다.
싹이 돋아날 때 베지 않으면, 결국 도끼를 써야 한다.
  • 황미숙
  • 승인 2012.07.1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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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전국시대 연나라를 구한 합종설가, 소진(蘇秦)
소진(蘇秦: ? ~ BC 284)은 동주 낙양(洛陽)사람인데 기성(己姓)에 소씨(蘇氏)이고 자(字)는 계자(季子)이다.

장의(張儀)와 함께 귀곡(鬼谷)선생에게 배웠다.

귀곡선생의 문하에는 이들 외에도 지난날 병법을 배워 먼저 하산한 방연과 손빈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배운 ‘유세학’은 열국의 형세를 꿰뚫고 이해득실을 따져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쟁에 나아가 실제적으로 군대를 운용하여 적군을 제압하는 병법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소진은 연횡(連衡)을 주장하여 명성을 날린 장의(張儀)보다 약 30년 뒤의 인물이다.

진(秦)나라 효공(孝公)이 위(魏)나라 출신 상앙(商?)을 등용하여 변법을 시행한 이후 진나라는 신흥강대국의 면모를 갖춘다.

이에 진나라를 제외한 주변 제후국들이 각자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내놓은 것이 이른 바 ‘연횡(連橫)’과 ‘합종(合縱)’이다.

‘연횡’을 주장한 대표적인 인물이 장의라고 한다면 ‘합종’을 주장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소진이다.

처음에 소진은 진나라 혜왕을 찾아갔으나 그의 아버지 효공 때에 상앙 같은 유세가의 득세를 보았기에 발탁되지 못한다.

소진은 진혜왕에게 실망하여 이번에는 조나라로 갔다.

조나라의 재상으로 있던 봉양군도 그와 같은 유세객을 좋아하지 않았던 탓에 소진을 반기지 않았다.

또다시 발길을 돌린 소진은 산동 6국 중 가장 약소국이던 연나라로 갔다.

그곳에 1년 남짓 연나라 곳곳을 떠돌다가 겨우 연나라 문후(文侯)를 알현할 수 있었다.

연나라 문후를 대면한 소진은 약소국인 연나라의 약점을 파고들어 진나라로부터 연나라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인접한 나라들과 합종(合從)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소진의 언변에 크게 감동한 연나라 문후는 그를 연나라 재상에 임명하고 조나라로 파견했다.

소진은 연나라의 재상이란 신분으로 당당하게 조나라에 들어갔다.

합종 전략이 성사되려면 진나라와 인접한 조나라가 전면에 나서야만 했으므로 소진은 혼신의 힘을 다해 유세를 펼쳤다.

드디어 조나라 숙후는 그로 하여금 산동 6국의 협력방안을 추진케 했다.

소진은 6국을 순행하면서 언변으로 제후들을 움직였고, 기원전 334년에 드디어 합종전략을 성사시켜 6국의 재상이란 지위에 올랐다.

이에 소진은 6국이 합종한 맹약을 위해 진나라의 함곡관에 이르렀다.

이 때에 진나라는 6국이 합종하여 진나라에 대처한다는 말을 듣고 발칵 뒤집혔다.

진나라 혜왕은 급히 대부들을 불러들여 대처방안을 물었다.

“6국이 합종을 하면 우리 진나라가 그들의 군사를 대적할 수 없습니다.

합종이 깨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 하고 일제히 아뢰었다.

“유세객 한 놈이 세 치 혀를 놀려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려는 데 방해를 하다니 참으로 한탄스러운 일이 아닌가?” 하고 진나라 혜왕이 탄식했다.

소진이 주도한 합종체제는 성공을 거둬, 이후 진나라가 15년 동안 동쪽으로 진출하지 못하게 하는 힘을 발휘했다.

소진이 6국을 합종하게 하였던 7가지 책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상대방을 먼저 칭찬하여 일단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는 책략(悅之以譽策:열지이예책). 둘째, 상대방에게 정성을 보여줌으로써 상대방의 마음의 문을 여는 책략(示之以誠策:시지이성책). 셋째, 지세와 군사력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정세분석을 하도록 유도하여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도록 하는 책략(明之以勢策:명지이세책). 넷째, 이권으로 유혹하는 책략(誘之以利策:유지이이책). 다섯째, 이권으로 유혹하는 반면에 자기 말을 따르지 않으면 어떤 해가 미칠 것이라는 것을 논리정연하게 밝힘으로써 은근히 협박하는 책략(脅之以害策:협지이해책). 여섯째, 자존심을 건드려 마음을 격동시키는 책략(激之以言策:격지이천책). 일곱째, 상대방이 결단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지점에서 마지막 힘을 다해 밀어부치는 책략(力排異議策:력배이의책). 사마천은 ≪사기≫에서 ‘소진의 술책은 권모와 변화에 능하였으나, 반간의 명분으로 죽음을 당하였으므로 세인들이 술책을 배우기를 꺼려하였다.

이에 6국을 합종한 소진이 뛰어난 인물이라며 악평만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러나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는 아우르되 파당 짓지 않으나, 소인은 파당 지을 뿐 아우르지 않는다.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군자주이불비 소인비이불주)”고 하였다.

소진의 책략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필요하겠다.

그러나 상대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아무튼 사람의 마음을 읽어 낸다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세상살이는 만만하지 않다.

전쟁을 하기 보다는 ‘합종과 연횡’으로 천하를 움직이려고 했던 소진과 장의의 생각은 오늘날에도 난무하고 있음이다.

같은 빛은 경계가 불분명하고, 같은 색은 구별이 어려운 법이다.

뜻을 함께 하는 듯해도 동상이몽(同床異夢)은 아닌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