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글로벌 경영 중대 고비
현대차, 글로벌 경영 중대 고비
  • 신아일보
  • 승인 2007.09.04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후발업체 추격으로 곳곳에서 샌드위치 국면
엔저 등 환율 하락 한치 앞 보기 힘든 상황
정 회장 “위기는 곧 기회” 글로벌 리더 원년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경영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이다. 엄살이 아니다. 엔저 등 환율 하락으로 한치 앞을 보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토요타, 폭스바겐 등 선진업체의 견제와 인도, 중국 등 후발업체의 추격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샌드위치 국면을 맞고 있다.
고질적인 노사 문제 역시 현대차그룹의 발목을 사사건건 잡고 있다. 고속으로 질주하는데 누군가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기는 형국이다.
“글로벌 리더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이라는 정 회장의 연초 선언이 무색할 정도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엔저와 고유가, 선진 업체와의 기술경쟁, 중국 추격 등으로 위기 국면을 맞고 있지만 이를 체질 강화와 마케팅 능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시장 확대 순항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78만대를 생산해 세계 자동차 업체 중 6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 가운데 27%인 100만대만 해외생산이다. 경쟁사인 토요타(47%), 혼다(65%), 폭스바겐(65%)에 비해 턱없이 떨어진다.
환율과 관세장벽을 극복하고 해외시장의 요구에 맞는 차종을 생산하려면 지금의 해외생산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2010년 국내에서 300만대, 해외에서 300만대를 생산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1997년부터 터키, 인도, 중국, 미국, 유럽 등 5개 지역에 차례로 공장을 건설해 올해부터 139만대를 해외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또 내년 현대차 중국 제2공장과 체코 공장을 완공하고 2009년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까지 가동되면 해외 생산능력은 293만대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해외생산 비중이 전체의 50%에 육박하게 된다.
여기에 동남아시아와 남미시장에 생산거점을 세우는 것도 검토하고 있어 2017년께 연간 700만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세계 자동차업체 중 5위는 확실하고 4위까지도 넘볼 수 있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안정적인 글로벌 경영 네트워크를 구축해 경쟁력 있는 수익구조를 확보하는 것 만이 살 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원·달러 환율 하락과 엔저 현상 등으로 인해 채산성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환율은 거시경제의 변화이기 때문에 개별기업 단위로 탄력 있게 대응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해외판매가 70% 이상에 달하는 현대로선 현지생산 확대 외에는 별다는 대안이 없는 셈이다.
◇글로벌 경영…그룹 전체가 움직인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기지 확대에 따라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경영’도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다가오고 있다.
생산량 확대뿐만 아니라 원활한 부품 공급을 위해 현대모비스도 세계 곳곳에 물류거점과 물류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 유럽의 경우 벨기에의 루멘지역과 독일의 브레멘 지역, 영국의 버밍햄 지역에 물류센터를 설치, 유럽지역 현대차 및 기아차 애프터서비스(A/S)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02년에는 중동지역 최대의 물류 중심지인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A/S용 부품을 공급하는 중동물류센터(MPME)를 설립했다.
중국에는 상하이부품센터(HMS)와 베이징물류법인(BMP), 옌청 물류법인(MPJY)을 중심으로 물류사업을 강화, 중국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북미지역에는 2004년 미국 마이애미에 물류법인(MPA)을 설립해 파나마, 도미니카 등 카리브 연안국가와 중남미 지역 국가들을 대상으로 현대 및 기아자동차 순정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국내 자동차 관련 기업으로는 최초로 러시아 모스크바에 현대 및 기아자동차 순정 부품을 공급하는 물류센터를 설립했다.
앞으로 북유럽 공략을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과 중국 광저우, 브라질 상파울루 등에도 물류 거점을 만들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통해 14곳인 물류거점을 올해 안에 18곳으로 늘린다. 2010년까지는 28곳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대제철이 건설 중인 일관제철소를 통해 고품질의 철강재를 확보할 경우 현대기아차그룹의 ‘럭셔리 브랜드' 계획도 한발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숱한 난제가 예상된다"며 “하지만 그룹 차원의 유기적인 협력과 체질 개선을 통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