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동반성장 위해 수평적 협력 관계로”
“건설업계 동반성장 위해 수평적 협력 관계로”
  • 신홍섭 기자
  • 승인 2012.06.0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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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자-원도급-하도급의 다단계 생산구조는 불필요한 거래비용 발생”
“적정 이윤 보장받는 시장구조 조성·중소건설사 해외 진출 적극 지원”
전문건설공제조합, 작년 11조9천억원 보증·2조2천억원 융자서비스

건설경기 불황과 함께 대형건설업체들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문건설업체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전문건설공제조합이 주목 받고 있다.

이종상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은 신아일보 창간 10주년 특별 인터뷰에서 “건설경기 불황과 함께 원도급업체를 중심으로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가 확산되는 추세여서, 건설업의 최말단에 서 있는 전문건설업체들은 ‘죽기 반보 직전’의 위기에 처해있다”며 “원도급사와 하도급 업체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하도급사를 단순한 하청업체가 아니라,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할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상생협력해 가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문건설공제조합이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 개선과 국내 건설산업의 건실한 발전을 위한 토양을 만드는 역할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전문건설공제조합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십시요? 전문건설공제조합은 건설업의 건전한 발전과 전문건설업을 영위하는 조합원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1988년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건설전문 금융기관입니다.

건설산업은 공사기간이 장기이고,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얽히게 되는 산업이어서 공사의 발주부터 계약체결, 공사실행, 완공, 완공 후 유지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보증이 필수불가결한 산업입니다.

또한 건설산업은 대규모의 자금이 투입되고, 물리적인 공사를 수행하는 산업이어서 자금공급과 보험 등의 금융서비스도 꼭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저희 조합의 조합원인 전문건설업체들은 대부분이 중소기업들로 문턱이 높은 일반 금융기관들로부터 이런 금융서비스를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필요에 의해 설립된 금융기관이 저희 전문건설공제조합이며, 보증·융자·보험 등의 금융서비스를 4만6천여 조합원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연간 11조 9천억원의 보증과 2조 2천억원의 융자서비스를 조합원인 전문건설업체에 제공했습니다.

시공자에 직접 발주하는 직할시공제 활성화
공정한 상호합의에 의한 쌍무계약방식 전환
계약조건 표준화한 표준계약서 사용 법제화
부당특약의 유형 구체화 위반시 처벌도 강화


▲ 지난해 11월 조합 이사장으로 취임하셨는데요, 그간의 소회는? 참으로 어려운 시기에 조합 이사장으로 취임하여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최근 국내 건설수주액이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건설산업 경기선행지표들이 일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의한 통계지표 상의 얘기일 뿐 건설현장에서는 그런 온기를 전혀 느낄 수가 없습니다.

특히 저희 조합의 주사업인 보증사업은 건설경기에 후행하는 성격이어서, 고액 보증업체의 부실로 인한 보증금 청구 및 지급액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전문건설사들의 부실로 인한 보증지급금은 3년새 4배나 폭증했습니다.

이에 위기대응 대책을 수립하고, 각계각층의 의견과 현장의 목소리를 듣느라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건설 관련 분야에서 공직생활을 했고, 한국토지공사 사장도 역임하여 건설산업에 대해서는 전문가라 자부했었는데, 조합에 와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도급공사를 주로 하는 전문건설업계의 어려운 실상을 모르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것이지요. 일반 국민들은 물론 건설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공무원들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건설업계의 최일선에서 직접 시공을 담당하며, 건설산업이라는 큰 수레의 두 수레바퀴 중 한 축을 담당해온 전문건설업계의 실상을 잘 알지 못하고 그간 일 해왔다는 생각을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 건설경기가 어렵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최근 건설경기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국내외 경제 침체가 장기화된대다 주택경기도 뚜렷한 회복조짐이 없고, 정부의 SOC예산 감축으로 공공공사 물량도 감소하여 건설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절대적인 수주물량 감소에다 최저가낙찰제의 무리한 추진으로 인한 저가수주로 건설업계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 전체 종합건설사의 22%에 달하는 2천5백여 개사가 영업정지, 면허상실 등으로 문을 닫았을 정도입니다.

최근 건설경기가 살아난다는 일부 경기선행지표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힘입은 바가 크고 이런 선행지표들의 움직임이 실제 건설현장에 반영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게다가 건설업계의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대형건설사들이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실적을 높여가고 있는 반면 중소건설사들은 속절없이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2004년 39.1%이던 중소건설사의 수주비율은 2010년 30.5%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일부 종합건설사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저가수주의 부담을 하도급자인 전문건설사에게 전가하고 있고, 계약에 있어서도 하도급자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불공정한 계약조항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유동성 고갈과 수익성 악화에 경영압박을 느끼는 원도급업체를 중심으로 불공정 하도급 거래행위는 확산되는 추세여서, 건설업의 최말단에 서 있는 전문건설업체들은 ‘죽기 반보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 한해 3천6백여 개의 전문건설업체가 부도·자진폐업 등으로 업계에서 사라졌습니다.

건설시장의 전체적인 부진 속에 불공정 하도급 거래관행의 심화까지 더해져 건설업 생태계의 아래쪽으로 갈수록 그 고통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 건설업계가 동반성장 할 수 있는 방안과 조합은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건설업계의 원하도급자가 모두 동반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의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건설생산방식을 수평적·협력적 관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단순공사라도 발주자-원도급-하도급의 다단계 생산구조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생산방식은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발생시킴은 물론 각종 불공정거래나 부조리를 양산하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평적 분업체계와 협력적 관계로의 전환을 통해 직접 시공하는 사람이 적정한 이윤을 보장받는 시장구조가 확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종합업체와 전문업체가 기존의 원하도급 관계가 아닌 공동으로 발주계약에 참여하여 각자의 부분을 담당하는 주계약자공동도급제도나 발주자가 실제 시공자에게 직접 발주하는 직할시공제가 활성화 되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불공정하고 불투명하며 일방적인 현재의 계약방식을 공정하고 상호합의에 의한 쌍무계약 방식으로 전환하여야 합니다.

원도급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하도급금액 결정단계에서부터 초저가 하도급을 강요하고, 각종 부당특약 등을 통해 약자인 하도급자의 권익을 편취하는 행위는 공정사회 구현과 동반성장이라는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처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표준하도급계약서의 사용을 촉진해야 할 것입니다.

표준하도급계약서는 하도급거래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공정행위를 규율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약조건을 표준화한 계약서입니다.

이 표준계약서만 제대로 사용되어도 많은 불공정 거래 관행을 근절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관련법상 부당특약의 유형을 확대하고 구체화하여 위반시 처벌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발주자의 하도급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원도급을 담당하는 종합건설사들의 인식전환과 자율적 동반성장 기반이 조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도급사를 단순한 하청업체가 아니라, 함께 성장해 나가야 할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상생협력해 가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야 할 것입니다.

저희 조합은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 개선을 위한 10대 실행방안을 마련하여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특히 조합 전직원의 ‘홍보요원화’를 통해 전문건설업계의 고충과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조합원들의 해외건설 진출에 대한 지원책은 무엇인지요? 대형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대형 플랜트 등 각종 국책사업들을 수주하여 해외건설시장 진출이 늘어나고 있지만, 중소건설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은 갈수록 그 비중이 줄어들어 해외건설 분야에 있어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이후 4년동안 중소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비율은 반토막이 났을 정도입니다.

(2007년 16.8%→2011년 8.2%) 중소건설사들의 해외 진출 전략으로는 ‘틈새공략’, ‘이삭줍기’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플랜트나 원전과 같은 대형사업에 집중하고, 중소건설사들은 주택보급사업이나, 상하수도 정비사업과 같은 중소형 단순공사 등의 틈새시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의 개발도상국의 경우 중소 전문건설업체들의 수준에 맞는 일감들이 충분히 있습니다.

중소건설사들이 해외진출에 있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자금조달 및 보증, 해외 현지정보 취약, 해외공사 인력부족 등의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저희 조합은 먼저 해외건설공사에 대한 보증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공사수행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보증 없이는 삽을 들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관련법령과 정관 개정을 검토 중이며, 은행의 지급보증에 대한 보증도 확대하기 위해 관련 금융기관들과의 업무협약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해외건설인력 육성을 위해서는 저희 조합 기술교육원에서 해외건설 전문인력 양성 교육과정을 이미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추가로 확대하여 운영할 예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조합을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나가실지 말씀해 주십시요? 최근 각종 복지정책이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건설산업과 복지를 대립적 관계로 보는 시선이 많습니다.

소위 ‘삽질경제’라고 하여 후진적 산업이라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산업은 인간 삶의 3대 기본요소인 의식주 중 주(住)를 담당하며, 기본적인 삶의 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여 기본복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산업입니다.

비록 우리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건설산업은 저성장.침체기로 접어들고는 있지만, 건설산업은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고, 국가경제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해온 국가 기간산업입니다.

또한, 직간접적으로 유발시키는 생산, 고용, 취업효과가 타산업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경기에 미치는 영향도 큰 산업입니다.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은 사회적으로 건설산업에 대해 국민들이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는 국민경제의 혈액순환을 저해하는 암적인 존재입니다.

따라서, 공정한 하도급 거래 질서 확립을 통해 건설산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건설산업의 건실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세계적인 기술수준과 시공능력으로 해외 건설시장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우리 건설산업이 그 능력을 국내에서도 마음껏 발현할 수 있는 토양이 조속히 마련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램입니다.

저희 조합이 힘쓰고 있는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 개선과 건설산업의 건실한 발전을 위한 토양을 만드는 일은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사회적 공감대 없이는 절대 이뤄질 수 없습니다.

아무쪼록 국민 여러분의 애정 어린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