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환경의 전위병이다
물은 환경의 전위병이다
  • 이 문 섭
  • 승인 2012.06.0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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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는 “물과 위생시설을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적절한 삶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권리에서 유래한다.

”고 밝히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미 2006년 아프리카-남아메리카 정상회의나 2007년의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에서도 물이 인권임을 천명한 바 있다.

물이 곧 인권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은 물을 다루는 일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크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인식의 변화였다.

아쉽게도 강화지역은 도서지역임에도 산간지가 많아 자연강우 시 물의 유출속도가 높은 반면, 하천 길이는 짧아 곧장 바다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선조들은 특별한 수리형태를 사용했는데 『인천학연구』에 실린 범선규(지리학자, 문학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산등성이 등 높은 지역의 논에는 추수 후부터 담수를 하고 이앙기에는 가장 높은 곳의 논에서부터 이앙을 한 후 아래의 논으로 차례차례 물을 내리면서 모내기를 마치는 방법을 ‘계동막이’라고 하고 반면에 낮은 지역의 논이나 담수지에서 물을 용두레 등을 이용하여 다단계로 퍼 올려가면서 관개용수를 확보했던 수리방법을 ‘턱질’이라고 했는데 많은 경우 6턱질, 즉 6단 양수까지 했다고 하니 선조들의 지혜가 놀라울 뿐이다.

4월 말부터 우리 공사는 16개 저수지와 32개소의 양수장을 통해 강화군 전역에 대한 농업용수 급수를 시작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저수지를 출발한 농업용수가 7천여 농업인께서 5,627ha의 논에 정성스레 심어놓은 어린 모를 자라게 하며, 파릇이 잎이 돋게 하고 여름의 푸르른 성장을 지나 풍성한 가을의 황금물결을 만든다는 점에서, 그리고 마침내는 우리들의 식탁에서 신체를 성장시킨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물은 환경의 전위병이다.

농업용수는 916Km에 이르는 용수로를 따라 수변생태계를 이루며 자연하천이 부족한 강화일원에 훌륭한 경관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물다양성의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우리 공사에서는 이러한 농업용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강화쌀이 농식품의 파워브랜드로 진입할 수 있도록 수질관리를 강화하며 변화되는 급수체계, 벼의 생육시기에 맞춘 물관리 체계 등 과학적 물관리계획을 수립하고 물관리자동화시스템(TM/TC)을 도입, 효율적인 물관리를 통해 지역 농업인들이 영농에 불편함이 없도록 물관리 업무에 최선을 다 할 것을 약속드린다.

더불어 올해의 안전 영농, 풍년농사를 위해 우리 공사의 고객인 농업인 여러분께 ‘배려하는 물관리와 검소한 물관리’를 당부 드리고자 한다.

우선 용수로 중 큰 물길인 간선과 지선은 우리 공사에서 관리하고 있으나 논에 붙어 있는 작은 수로인 지거는 농업인 여러분께서 신경을 써서 직접 관리해주셨으면 하는 것이다.

자기 논의 물길을 자기가 책임진다는 것은 최소한의 자율의식일 것이며 무엇보다 지거까지 관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물꼬를 이용하여 물을 대고 난 후 배수로 쪽으로는 물이 흘러나가게 방치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본격적으로 논에 물을 대는 시기에는 모든 농업인이 물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나쁜 관행으로 인해 말단부나 물의 공급이 어려운 지역 농민들에게는 물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여 검소한 물관리를 해 주시기 당부 드린다.

“벼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큰다.

”는 속담이 있다.

농사에 있어서 농부의 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말 일 것이다.

더불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도 영농현장을 흐르는 용수로를 따라 우리들의 정성어린 마음도 농업인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모내기를 끝낸 논 자락 찰랑대는 논물이 때 이른 초여름의 햇살에 반사되어 마치 보석처럼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