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민족사회, 열린 대책 시급하다
다민족사회, 열린 대책 시급하다
  • 신아일보
  • 승인 2007.08.25 1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형 열 사장

‘한국은 다 민족적 성격을 인정하고 단일 민족 국가라는 이미지를 극복해야한다’
우리사회의 유별난 순혈주의(純血主義)와 이로 인한 혼혈인 차별이 유엔에서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고 한다.
유엔 인종차별 철폐위원회(CERD)는 한국 정부가 제출한 인종차별 철폐조약과 관련한 이행 보고서를 심사한 뒤 단일민족국가 이미지를 극복하라고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의 순수한 혈통개념이 다른 사람들을 불순한 혈통을 가지고 있다는 뜻을 내포하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인종적 우월성으로 다가가게 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외국인과 혼혈(混血)을 차별하는 의식의 뿌리는 단일 민족에 대한 집착에 있다. 우리사회가 다 인종 다 문화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데도 국민의식과 사회제도는 순수 혈통주의라는 편협한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인종적 편협성이 국가발전의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엔의 권고를 수용한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사회의 치부가 국제사회에 그대로 노출된 듯해 부끄럽기 짝이 없다. CERD가 또 인종차별의 정의를 조약의 관련 규정에 걸맞게 헌법이나 법률에 포함시킬 것을 주문하고 이주 노동자와 혼혈아 등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관련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했다. 더 불러 ‘인종적인 동기에서 저질러진 형사범죄를 처벌하는 특별한 법적 조치를 도입 해야한다’며 한국 정부가 추진중인 ‘차별금지법’의 빠른 제정을 촉구했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순혈 주의에 기댄 단일 민족이라는 환상이 존재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라시아 대륙에 접한 한반도와 만주 일대를 근거지로 반만년 역사를 꾸러온 우리민족은 고대로부터 활발하게 이웃나라들과 교류해 왔다. 그런데도 이민족과 피를 나누지 않은 ‘순수한 혈통(순혈)’이나 이룰 토대로 한 ‘단일민족’이 가능하기나 한 개념이겠는가.
학자들에 따르면 국내 성씨(姓氏)가운데 46%는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에서 귀화했으며 그 성씨를 쓰는 인구는 20-50%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20세기 초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 상황에서 그것은 독립운동을 추동 하는 원천이 되기도 했다. 서구 열 가의 민족주의가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한 도구였다면 우리의 그것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기제였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우리사회는 단일민족 신화나 배달민족의 혈통 등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미 농촌 남성 4사람 가운데 1명이 외국인 배우자를 두었으며 국제결혼과 외국인과의 밀접한 교류는 일상사가 된지 오래다 본격적인 다민족 다인종 사회가 되었다. 이에 대해 사회학자들은 한국이 이제 다 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다문화 사회가 하나의 도전적인 것은 그만큼 우리가 너무도 오랜 세월 유전 혈질 면에서나 언어 문화면에서 균질적인 사회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이나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받아들인 독일 프랑스처럼 다양한 인종과 언어 문화가 공존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처해온 경험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큰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외국인 주민을 동등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따뜻하게 품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과제이다. 차별 당하고 멸시받는 2등 시민이 존재하는 한 그 사회는 안정될 수 없으며 건강하게 유지될 수 없다. 외국인 노동자와 이국인 배우자가 늘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행정적 배려와 지원도 차츰 눈에 띈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면에서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국제결혼을 한 가정의 자녀가 한국어가 늦고 그래서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왕왕 놀림까지 당하는 경우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이들이 당당한 한국인으로 커가게 하려면 지금부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국제결혼의 외국인 배우자 가운데 70%를 차지하는 시집온 여성들은 과연 잘살고 있는 것일까.
한 통계에 따르면 시집은 외국인 여성가구의 절반이상이 최저 생계비 이하라고 한다. 15.5%가 끼니를 거른 적이 있다하고 4명중 1명은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노여 있다고 한다. 외국인 여성들이 말설고 물설은 이국 땅에서 겪는 시집살이의 고단함은 안타깝다.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농촌의 경우 말이 결혼이지 사실상 ‘신부수입’이다. 농촌 공동체의 붕괴를 막으려면 국제결혼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10-20년 뒤에는 농촌에 혼혈인 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국제결혼의 확산에 대해 우리사회가 걱정해야 하는 문제는 시집은 여성과 혼혈아를 얼마나 끌어안을 준비가 되어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들을 ‘우리’로서 바라보는 긍정적인고 따뜻한 시선일 것이다. ‘팔려온 신부’니 순혈주의니 하는 편견으로는 이들을 껴안을 수 없다.
이제는 농촌지역에서 미래세대의 구성을 바꾸어 놓은 혼혈아동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도 머지 않아 미국 프랑스처럼 인종 갈등이 사회문제로 대두할 소지도 커지고 있다. 순수혈통주의에 대한 집착은 인종 차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 미국이 초일류 강대국이 된 한 요인으로 외국인들에게 국가의 문호를 대폭 개방해 국가발전에 동력이 될 우수한 인재와 저임금 노동력을 동시에 흡수한 것이 꼽힌다.
이제 단일 민족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다양한 피부문화를 가진 이들을 사회구성원으로 따뜻이 맞이해야 우리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