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다시 수면위로
외환은행 매각 다시 수면위로
  • 신아일보
  • 승인 2007.08.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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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다시 외국계에 넘기는 게 적정한가” 논란
현재의 매각구도 국내 인수후보에 불리하게 작용

세계 2위 금융회사인 HSBC은행이 외환은행 인수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외환은행 재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외환은행을 다시 외국계에 넘기는 게 적정한가" 부터 이번 매각 논의가 국내 은행들이 여론에 발목이 묶인 채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국내 은행들 “불안감"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HSBC와 론스타가 ‘배타적 협상'을 공개하면서 국민은행 하나금융 농협 등 국내 인수후보들은 배경 파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과 관련한 법원의 판결 전에는 인수 승인이 어렵다는 감독당국의 ‘언질'에 기대를 걸면서도 ‘혹시나'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대가 만만치 않다. 최근 론스타와 협상에 성공하지 못한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비금융주력자라는 점이 이슈가 됐다. 반면 HSBC는 별다른 걸림돌을 찾기 어렵다. 양측이 협상사실을 공표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도 부담이다. ‘여론 떠보기용'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뭔가 다른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양측이 변호사들을 통해 법률적 검토를 끝냈을 것"이라며 “법률 전문가들이 ‘딜'을 해도 괜찮겠다는 해석을 내린 후 협상을 진행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자본 인수 논란
외환은행을 외국계 은행에 넘기는 문제도 다시 부각될 조짐이다.
현재 외국자본으로의 매각을 막아야 한다는 쪽은 국내 은행산업의 과도한 외국자본 비중을 든다. 주요 은행들의 외국인 지분 비중이 70~80%를 웃돌고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은 글로벌 금융기관이 직접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이 △국내 은행권의 추가 인수·합병(M&A)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점 △외환은행의 해외네트워크와 외환부문의 탁월한 가치 등도 ‘신중론'에 힘을 실어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은행인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에는 외환은행의 해외네트워크, 외환거래와 관련된 브랜드 등이 사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하나 등 국내 주요 인수후보들의 외국인 지분율이 크게 높은 상황에서 HSBC의 인수만 반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자금의 국부유출을 막는다는 측면에서 보면 외국계가 다시 외환은행을 사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국익에 부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재매각은 형식적으로 론스타의 사적 행위지만 인수승인권을 가진 감독당국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누구를 위한 여론이냐"
현재의 매각구도가 국내 인수후보들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국내 은행들이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서는 안된다는 여론, 각종 규제, 감독당국과의 관계 등으로 협상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외국계가 협상의 중심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알짜배기 은행을 다시 외국계에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며 “누구를 위한 여론인지를 냉정히 생각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우선협상자까지 갔던 국민은행도 결국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인수 논란으로 인수를 하지 못했다"며 “아직 법원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된다면 국민정서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