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 국가 브랜드”
“올림픽 & 국가 브랜드”
  • 신아일보
  • 승인 2007.08.1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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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중대사관의 황정일 정무공사가 사무실에서 샌드위치를 시켜먹은 후 밤새 복통에 시달린 끝에 현지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불의에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는 분이지만, 나 역시 주중대사관에서 근무하며 3년간 중국생활을 했던 터라 남달리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
아직 황공사의 사인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병원에서 주사한 링거액이 불량제품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모양이다.
중국에 가짜 상품이 범람한다는 사실은 이미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지만,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는 식품과 의약품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이른바 ‘짝퉁’이 번지고 있는 지경이니 중국제품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걱정이 예사롭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가 잘 알고있는 대표적인 중국술인 水井坊, 五粮液, 茅台(마오타이) 등 3대 白酒만 하더라도 매년 국내외 총소비량이 연간 총생산량을 턱없이 웃돈다고 하니, 그렇다면 시중에서 유통되는 제품의 대부분이 가짜라는 사실은 자명해진다.
또 하나, 중국에 있을 때 들은 얘기지만 지금까지도 이해하기 힘든 제품이 ‘가짜 달걀’이다. 달걀껍질이 진짜와 흡사한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프라이를 해도 모양이 똑같이 나오는 정도라서 맛을 보기 전에는 구별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기껏해야 한 개에 우리돈 200원 남짓 하는 달걀(중국에선 더 싸다)인데, 그걸 만들어서 무슨 대단한 이문이 남는지도 모르겠거니와 껍질이나 내용물을 진짜처럼 만들어내는 그 기술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종이로 만든 만두소, 세균이 득실거리는 생수에 가짜 꿀, 식용유, 인삼 등등 먹거리쪽만 해도 가짜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어쨌건 등소평 이후 숨 가쁘게 개혁개방의 길을 달려와 오늘날 세계경제의 중심축으로 우뚝 서고 정치적 입지까지 공고해진 중국으로서는 국제사회에서 명실상부한 大國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짝퉁천국’이라는 오명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입장이다.
중국정부도 2008년 북경올림픽을 계기로 사회 전반적인 의식과 질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국가이미지를 훼손하는 각종 병리현상을 치유하는데 총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 한다.
하지만 국민의식이나 생활습관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바뀌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이 일이 결코 녹녹하지는 않을 듯 싶다.
북경 중심부를 관통하는 長安街변에 ‘秀水’라는
지역에 짝퉁 상품 넘쳐

북경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長安街변에 ‘秀水’라는 지역이 있다. 오래전부터 골목골목에 의류, 가방, 신발 등과 각종 잡화를 싸게 파는 일종의 풍물시장이 자리 잡아 관광객은 물론이고 외국인 보따리 장수들도 즐겨 다니는 곳이었는데, 값이 싼 만큼 당연히 짝퉁 상품이 넘쳐났었다.
북경시가 2년전 이곳을 일제 정비하여 번듯한 상가 건물을 새로 짓고 상인들을 입주시키면서 대신 짝퉁 상품을 취급하지 말도록 대대적인 계도와 단속을 벌이고 있는데, 이런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늘도 여전히 짝퉁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거리 곳곳에서 남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웃통을 벗어 제낀채 카드나 마작판을 벌여놓고 히히덕거리는 무리들, 외국인에게 집요하게 달라붙어 구걸하는 거지들, 아무렇게나 침 뱉고 꽁초 버리는 행인들의 행태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자국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숫자인 8을 최대한 겹쳐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8분을 올림픽 개막 시각으로 잡은 중국.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을 표어로 내걸고 세계의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는 북경올림픽이 그들의 기대대로 사상 최대의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나아가 국민의 의식개혁을 통해 제대로 된 국가브랜드를 세계에 내 보일 수 있는 계기로 가꾸어나갈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