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풍류”
“낙동강 풍류”
  • 신아일보
  • 승인 2007.08.08 15: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인 정서가 가장 짙게 배어있고 삶의 자취와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낙동강

원도 태백시의 황지연못에서 발원하여 영남권 곳곳을 아우르고 하구언을 통해 남해 바다로 흘러드는 낙동강. 간선유로연장 506km에 23,384㎢의 광활한 유역 면적을 갖고 있는 이 낙동강의 모습을 어떻게 한마디로 담아낼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悠長하다’는 표현 이외에는 딱히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단순히 연장이 길어서만이 아니라 그 넓은 품속에 크고 작은 785개의 지류를 안고 있는데다가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 남녘의 산과 들을 유유히 가로질러 흐르는 품새 또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하천으로 불러서 손색이 없다 하겠다. 평화롭고 유유자적한 가운데 만물을 두루 사랑으로 감싸며 살아온 우리의 전통적 정서와 맞닿아 있다고 할까?
이 점에서 보면 평양의 부벽루와 더불어 우리나라의3대 名樓로 치는 촉석루와 영남루가 모두 낙동강자락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촉석루와 영남루는 어쩌면 그리도 닮은 면이 많은지….
우선 창건연대가 고려말의 공민왕무렵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성이 그렇고, 남강과 밀양강이 휘감아 돌아가는 맞은편 절벽에 높다랗게 자리잡고 앉은 위치가 그렇고, 똑같이 정면 5칸 측면 4칸의 규모에 높은 누마루를 얹은 누각의 자태가 그렇고, 게다가 논개와 아랑이라는 두 여인에 얽힌 한맺힌 인연까지 판에 박은듯 흡사하지 않은가.
두 누각에 올라서보면 원근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와 대자연의 넉넉한 품을 느낄 수 있고 강쪽에서 기둥 사이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어 詩心이 절로 일어나게 된다. 더불어 이런 훌륭한 유산을 물려준 조상들의 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누각은 정자와 더불어 한국의 전통미가 짙게 배어 있는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는데, 두 건축양식은 모두 벽면을 기둥만으로 처리한 채 최대한 열린 공간으로 남겨두고 있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건축물 하나에서도 인위적인 요소를 가급적 배제하여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자 애쓴 우리 선조들의 정서와 자연관이 배어있는 결과라 할 수 있겠다.(이 점은 자연풍경을 최대한 집안으로 끌어들여 오밀조밀하게 정원을 꾸며놓고 독점적으로 즐기려 한 일본인들의 폐쇄적 자연관과 뚜렷이 대비된다.)
낙동강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풍취라면 나루터를 빼 놓을 수 없다. 요즘에는 이미 우리 주위에서거의 사라져버린 풍경이지만, 나루터는 낙동강 곳곳에서 오랜 세월동안 온갖 풍상을 겪으며 우리와 삶을 함께 했던 명물이었다. 얼마전 경북 예천군 삼강나루터의 옛 주막이 경상북도 민속자료로 지정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아울러 한때 낙동강을 오르내리는 소금배의 길목이었던 삼강나루도 곧 복원하여 관광명소로 가꿀 것이라는 소식이다. 관광수입 증대효과도 적지 않으려니와 우리 주변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민속과 문화재를 되살리려는 움직임으로 보여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각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관내 하천을 시민의 친수공간으로 가꾸기 위해 애쓰고 있고, 정부도 친환경 생태하천 정비를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하에 시범지구를 선정하여 우선 순위에 따라 국고를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 사업들이 너무 위락 레저 쪽으로 치우치지 않을까 염려스러운데, 부디 우리 강 곳곳에 스며있는 역사문물과 전통적 풍취를 제대로 되살리면서 품격있게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국인의 정서가 가장 짙게 배어있고 삶의 자취와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낙동강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