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더는 진실을 가리려하지 말라
일본, 더는 진실을 가리려하지 말라
  • 신아일보
  • 승인 2007.08.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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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세 열 본지주필
‘미국의회가 평생의 한을 푸는 출발점을 만들어 줬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위안부로 끌려갔던 이용수 할머니는 미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되자 눈물을 글썽이며 하는 말이다.
미국 하원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 사건의 하나’로 규정하고 일본정부의 공식적 시인과 역사적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은 올 초 일본계 3세인 마이클 혼다 하의원이 발의한지 6개월 만이다. 반인륜적 전쟁 범죄로 인권을 유린 당한 위안부 여성들에게 강요된 침묵의 삶이 국제적인 인권문제로 부각되는데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경과한 시점이지만 역사적 의미는 매우 크다.
2001년 이후 미 하원에서는 이 결의안이 네 번이나 제기됐으나 일본측 로비로 번번이 좌절됐다. 지난 3월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결의안이 채택되더라도 일본 정부는 사죄할 뜻이 없다고 망언을 쏟아 냈고 6월엔 40여명의 일본 의원들이 워싱턴 포스트에 강제동원의 증거는 없었다는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일본정부 우익세력의 온갖 로비와 협박을 이겨내고 결의안을 채택한 미국 의원들의 혜안과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
이번 통과된 결의안이 미국의 국내법과 국제법에 있어서 어떤 구속력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위안부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당사국이 아닌 미국이 반세기의 역사가 지난 지금 이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이 결의안이 통과되기까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자원 봉사자들에 의한 풀뿌리운동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1991년 8월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시작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시민단체에 의한 수요집회는 1992년 1월부터 771회를 맞은 동안 진상 규명 일본정부의 공식 사죄 및 배상을 촉구해 왔다.
또한 거대 로비 회사를 고용하여 미국 정부와 의회에 외교적 압력을 행사해온 일본 정부를 상대로 재미 한인교포사회는 지속적으로 미국 의회를 설득하고 여론에 호소함으로써 위안부 결의안의 통과를 견인 해낸 것이다. 일본내의 양심적인 시민단체와 학자들의 노력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위안부 문제 전문가인 요시미 요시아키 교수는 위안부에 대한 책임주체인 일본 정부가 법적 배상 및 보상에 나설 것을 주장해왔다.
니시노루미코‘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 관장은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면 서도 피해자 증언의 증거력을 부정하는 것은 모순임을 질타해 왔다. 또한 하야시 히로후미 간토 학원 대 교수는 일본인 납북자는 문서가 없어도 인정하면서 군 위안부는 도교재판 자료가 있는 데도 부인하는 것은 이중 잣대라며비판 해왔다. 그러나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의안이 일본 정부와 일본 우익인사들이 보인 태도는 매우 안타깝게 한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미 의회의 다수결의안 가운데 하나일 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토 료조 주미일본 대사는 위안부 결의안 통과가 미 일 관계에 중대하고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국회의원 13명과 보수적 지식인 200여명은 주일 미국 대사관 앞 항의 시위에서 위안부는 성 노예가 아닌 상업적 매춘 여성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일본 정부가 과거의 역사보다는 미래를 향한 인식을 명분으로 내세워 아베 총리가 주장하듯이 ‘중요한 것은 21세기를 인권 침해가 없는 밝은 시대로 만들어 가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과거의 역사를 들추어내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만큼이나 미래지향적 사고를 가지고 역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역사라는 것은 과거의 역사적 기반 위에서 현재의 역사가 전개되고 그를 통해 미래의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자명한 논리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역사관과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반응은 결코 이해할 수 없고 국제사회에서도 용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존 입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사죄하라는 한국 중국의 요구를 억지와 궤변을 동원 거부해왔다. 그러다가 별탈이 없이 넘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급변됐다. 자신의 안보를 의탁하고 있는 최상의 동맹국인 미국의 민의가 일본의 후안무치를 질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결의안 채택을 긴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즉시 결의안을 실천해야 하다. 참의원 선거 패배로 위기를 맞고있는 아베 신조총리는 이번 결의안이 재미 아시아인들의 단합된 노력의 결과라는 점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력을 보유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국제사회의 지도국가로서의 역량도 갖고있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에서 지탄을 받아왔다.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일본 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보상을 통해 역사화 해야 한다. 아울러 국제 사회의 권고에 따라 현재와 미래 세대에 반인륜적 전쟁범죄에 대해 교육 이행도 촉구한다. 그야 말로 역사적 과오를 용서받고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