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할 때 쓰이는 자는 평소 녹을 주어 기른 자가 아니다.
위급할 때 쓰이는 자는 평소 녹을 주어 기른 자가 아니다.
  • 황미숙
  • 승인 2012.04.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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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형명(刑名) 법술(法術)에 힘쓴 법가, 한비자(韓非子)
한비자(韓非子 : B·C 475~B·C221)는 전국시대 한(韓)나라의 귀족 출신이며 말더듬이로 말은 잘하지 못했다.

그러나 글을 잘 지었다.

이사(李斯)와 함께 순자를 스승으로 섬겼는데 이사는 자신의 재주가 한비를 따르지 못한다고 했다.

BC 221년 진시황 정(政)은 한비자의 글을 읽고 그를 높이 평가했다.

BC 234년 진은 한을 공격했고, 한왕은 한비자를 진에 협상자로서 파견했다.

진왕은 한비자를 보고 매우 기뻐하며 그에게 높은 직위를 주려고 했다.

그러나 진의 승상이고 순자 밑에서 같이 공부한 이사(李斯)는 한비자가 자신보다 더 뛰어났기 때문에 왕의 총애를 잃을까 두려워, 한비자가 이심(二心)을 가졌다고 모함하여 그를 투옥시켰다.

이사는 한비자를 속여 그가 스스로 독약을 마시고 자살하게 했다.

《한비자》15편 ‘망징(亡徵)’이란 제목의 글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징조로 47가지 사례를 거론하고 있어 흥미롭다.

요즘 우리사회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눈에 띄는 대목들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군주를 대통령이나 지자체장 쯤으로 바꿔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반드시 나라가 망한다는 것 보다는 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 하고 있다.

“군주가 신하의 진언을 들어 관작을 수여하는데 실제의 공적을 조사하지 않고, 다만 총애하는 한사람의 신하에게 밖의 정세를 보고하는 창구라 믿고 있으면 그 나라는 망한다.

” 늘 권력의 중심에 있는 자에게는 눈을 막고, 귀를 막는 자들이 주변에 즐비하다.

언로가 막혀있고, 스스로 믿고 있는 것만을 믿고 싶어 하는 자에게 민심은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군주의 성격이 아둔하고, 일을 처리한 적이 별로 없으며, 의지가 유약하고 결단력이 미약하며, 기호가 분명하지 않고, 남에게 의지하여 자립정신이 없으면 그 나라는 망한다.

” 집안 살림 조차 스스로 결정해서 일구지 못한 자가 어찌 나라 살림을 운영할 것인가. 제 식구 한 끼니 저녁상 차림을 차려보지 못한 자가 어찌 수명의 손님상을 차려 낼 것인가. 인재를 발탁하고자 하면서도 우유부단해서 자신이 내린 결정을 믿지 못하면 과연 그를 지도자라 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군주가 겁쟁이이며 지조가 없고, 미리알고 있으면서도 손을 쓰지 못하고, 단행해야 된다고 느끼고 있으면서도 결행하지 못하는 나라는 망한다.

” 군주는 신하로부터 일을 통하여 유혹을 당하고 언론에 의해 그 총명이 흐려지는 수가 있다.

이 두 가지는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어떤 신하가 군주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타인의 비난이 두려워서 이렇게 말했다고 하자. ‘이 사업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자는 소신이 계획하는 사업을 투기하는 자입니다.

’라고 하여 다른 신하들이 무슨 말을 해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신하들은 침묵하고, 충실한 자들은 발탁되지 않으며, 다만 평판이 좋은 자만이 신임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듯 언론으로 군주의 총명은 자연히 가려지게 되어, 겁쟁이가 되고 지조 없는 군주가 될 것이다.

“세력가의 천거(薦居)받은 사람은 등용되고, 나라에 공을 세운 지사(志士)는 내◎⃝아 국가에 대한 공헌은 무시되어 아는 사람만 등용되면 그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

” 예나 지금이나 인사가 만사인 듯하다.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곧 패자들에게는 권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당시의 패자들이 나라를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나 오늘날 권세가들이 권력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권력도 잃지 않고 나라도 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법술만이 믿을 수 있다고 강변하는 한비자도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현명한 인재를 등용하고 부국강병을 도모해야 하며, 군주 또한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한 통일 진나라의 인재 등용은 천하를 도모할 수 있는 자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력한 법령은 결국 백성들을 흩어지게 만든 원인도 되었다.

《맹자》 이루 상편에서 맹자는‘上無道揆也(상무도규야) 下無法守也(하무법수야) 朝不信道(조불신도) 工不信度(공불신도) 君子犯義(군자범의) 小人犯刑(소인범형) 國之所存者幸也(국지소존자행야) 윗사람이 도(道)와 규정이 없으며, 아랫사람이 법을 지킴이 없으며, 조정에서 도를 믿지 아니하며, 공인이 규정을 지키지 아니하며, 군자는 의를 범하고, 소인은 형벌을 범하면,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이 요행이니라.’ 라고 하였다.

비록 한비자와는 다른 맥락에서 말하고 있으나 나라가 망하지 않아야 군주의 권력도 백성도 삶도 그 터전을 잃지 않는 것이다.

와룡을 삼고초려(三顧草廬) 하는 까닭은 숨겨진 인재를 등용하는 방법이다.

부나방처럼 공명과 영달을 위해 모여들어 작은 이익을 구하는 자를 어찌 인재라 하겠는가. 부디 인재를 구하고자 한다면 사소한 충심으로 큰 충심을 가로막게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