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인하'민관 같은 듯 다른 선택
'기름값 인하'민관 같은 듯 다른 선택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2.04.01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알뜰주유소' vs 업계 '유류세 인하'
정부와 정유업계, 주유소들이 기름값 안정이라는 같은 목표를 놓고 다른 행보를 걷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27일 ℓ당 2043.69원으로 82일 연속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업계와 소비자들은 연일 상승하고 있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서는 유류세 인하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에서는 알뜰주유소만을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이 정유사에서 대량의 기름을 저렴하게 구입해 각종 부가서비스 등을 없애 일반주유소보다 기름을 리터당 최대 100원까지 싸게 파는 주유소를 말한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야심차게 지난해 12월2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알뜰주유소 1호점을 개점했지만, 개장 한 달도 되지 않아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이 슬그머니 올라 주변 주유소와의 차이가 20~30원까지 좁혀졌다.

더욱이 일부 지역에서는 자가폴 주유소(특정 정유사 간판을 달지 않는 주유소)들이 더 저렴하게 기름을 팔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입장은 두바이유가 배럴당 130달러를 초과할 경우 유류세 인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며, 원칙을 깨고 유류세를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두바이유 국제현물가격이 배럴당 130달러가 넘지 않는 이상, 유가 인하를 위해 알뜰주유소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지난달 26일 조석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박봉균 SK에너지 대표이사,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전무 등 정유 4사 CEO급과 만나, 정부가 추진 중인 혼합판매 활성화와 전자상거래 시장 개설 등의 협조를 당부했다.


조 차관은 "소비자들이 유가 급등의 직격탄에 노출돼 힘들어하고 있다"며 "정부의 협조를 압박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유소단체와 정유업계에서는 정부의 정책은 정유업계를 압박하는 것이라며, 유류세 인하 등에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유업계는 고공행진 중인 기름값과 관련 국제유가, 정제마진 등이 공개돼 추가로 내릴 수 있는 비용이 없다"며 "지난해 기름값 100원 인하로 정유사가 희생을 한 만큼 이번에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주유소협회도 정부가 기름값을 안정시키려면 알뜰주유소 확대보다는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유소협회는 지난달 26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알뜰주유소는 기름값 안정대책이 아닌 유류세 인하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진정한 고유가대책은 3%의 매출이익률에 불과한 주유소를 죽이기 위한 알뜰주유소 정책이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유류세 인하"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고유가의 원인으로 원유가격 상승과 기름값의 46%에 달하는 유류세 때문"이라며 "3월2주 기준 휘발유 1리터는 2026원이며, 이 가운데 세전 정유사 가격은 1035원(51%)이고 세금은 930원(46%)이며, 유통비용은 3%인 61원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의 유가 안정 대책인 알뜰주유소에 대해서도 "정부가 추진 중인 알뜰주유소 정책은 가짜석유 취급 등 부정행위 유도 정책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알뜰주유소의 가장 큰 혜택은 자가폴주유소 등 그동안 경쟁력을 상실했던 주유소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고 주장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 회장은 "현재 유류세에 대한 입법취지에 따르면 유류세를 40%까지 인하할 수다.

이는 리터당 200~300원의 기름값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정부는 오로지 세수 확대에만 혈안이 돼 이 같은 사실은 숨긴 채 오로지 알뜰주유소 정책만을 고집해 전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알뜰주유소정책과 같은 편협한 정책으로 다수의 주유소들이 경영난에 문을 닫는다면 이는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고유가로 인한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