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100조 돌파
자영업자 대출 100조 돌파
  • 문경림기자
  • 승인 2012.03.1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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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급증... 가계빚 증가 속도의 두배
최근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대출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경고등이 켜졌다.

향후 내수 경기가 악화될 경우 시중은행보다는 2금융권을 중심으로 자영업자 대출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액은 103조9087억원으로 집계됐다.

법인이 아닌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자영업자 대출은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된다.

하지만 개인 사업자들의 대출이 많은 만큼 가계대출과 성격이 유사하다.


5대 시중은행의 경우 자영업자 대출은 2009년 말 88조7430억원에서 2010년 92조8281억원, 2011년 말 103조561억원으로 늘었다.

2010년 4.6%에 불과했던 증가폭이 지난해에는 11%로 두 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5.7%)의 두 배에 웃돈다.

풍선효과로 가파르게 증가했던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보험 등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폭(9.9%)보다 높은 수준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1사 5인 이하 영세업자와 50대 이상 베이비부머, 전통적인 도소매업 등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늘었다"며 "주로 열악한 재무구조나 자본 조달구조를 가진 자영업자들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내수가 악화될 경우 경제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점차 하향 안정되고 있어 시중은행은 아직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소호 대출 연체율은 2009년 1.17%에서 2010년 1.10%, 2011년 0.89%로 감소했다.

하나은행 역시 2009년 1.17%에서 2010년 1.10%, 지난해 0.89%로 연체율이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내수 경기가 위축되면 자영업자 대출도 취약해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은행 자체적으로 담보는 물론 여신 심사를 강화하면서 리스크를 사전적으로 줄이고 있다"며 "올해 내수 경기가 침체되더라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담보대출과 고소득층 위주의 신용대출이 몰려 있는 은행권과 달리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몰리는 2금융권이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더라도 경기가 악화될 경우 2금융권은 물론 사채 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시중은행 대열에 진입한 농협은행은 자영업자 대출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농협은행의 소호대출 규모는 시중은행과 비슷하지만 연체율은 지난해 가계대출(0.67%)은 물론 기업대출 연체율(1.1%)보다 높은 1.23%에 달한다.

올해 2월 말에는 연체율이 1.37%로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더 둔화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아직까지 유럽지역의 국가채무문제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경기 불안을 위협하는 요소다.

결국 경기에 취약한 자영업자들은 지난해보다 내수 경기가 악화될 경우 가장 먼저 채무 부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가계대출 증가와 함께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자영업자 대출도 증가하기 마련이지만 현재 자영업자 대출은 실물 경제의 증가 속도보다 빠른 편"이라며 "연체율 측면에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경기에 민감한 만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