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KT&G, 상호 백기사됐다
신한지주-KT&G, 상호 백기사됐다
  • 신아일보
  • 승인 2007.07.0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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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방어 각각 2000억 가량 회사 자금 투입
주주가치 훼손 문제 둘러싼 논란 불가피할 전망

신한금융지주와 KT&G가 각자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상호 백기사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각각 2,000억원 가량의 회사 자금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훼손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 개장전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KT&G의 자사주 300만주(2.03%)를 사들였다.
주당 매매가격은 전날 종가인 6만7,300원으로, 매매대금은 약 2,019억원이다.
앞서 KT&G는 지난 2일 이사회를 통해 신탁계정의 자사주 849만여주 가운데 300만주에 대한 신탁계약을 해지했다. KT&G는 약 2,000억원의 자사주 매각 대금을 주주이익 환원 계획에 따라 자사주 매입·소각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신한은행의 KT&G 주식 매입은 신한지주와 KT&G 사이의 상호 백기사 조약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KT&G는 지난달 20일 시간외 장내거래를 통해 신한지주의 주식 350만주(0.92%)를 1,967억원에 매입했다.
신한지주는 자회사인 신한은행을 통해, KT&G는 직접 서로의 주식 약 2,000억원 어치를 사들인 셈이다.
이는 지배주주의 부재로 경영권이 불안한 신한지주와 KT&G가 상호 지분 보유를 통해 서로의 경영권을 지켜주자는 합의 아래 이뤄진 거래라는 관측이다.
KT&G는 이미 지난해 미국계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스틸파트너스 연합의 경영권 공격을 맞아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신한지주 역시 지분을 약 20% 가진재일교포들이 실질적인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지만, 프랑스계 금융그룹 BNP파리바가 지분 9.06%를 확보하고 있어 경영권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신한지주와 KT&G 모두 상호 백기사 합의가 있었다는데 대해 공식적으로는 부인했다. 신한지주 고위 관계자는 “KT&G가 배당도 많이 하고 주식시장 전망도 밝아 우량 주식에 투자한다는 차원에서 매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KT&G 고위 관계도 ‘상호 백기사 조약' 등 전략적 목적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런 것은 전혀 없다"며 “순수한 투자 목적의 여유자금 운용 차원"이라고 답했다. 그는 “재무자료를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신한지주의 주가가 유망하다는 판단이 들어 주식을 매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사, 특히 금융회사가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 자금을 수천억원씩 투입해 다른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업무상 제휴 등 회사의 전략적 목적이 전제되지 않은채 상호 백기사가 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 백기사 조약'은 일본 기업들 사이에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전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포스코-SK텔레콤, 신영증권-코리안리, 부국증권-한국단자 등이 상호 백기사 조약을 맺고 서로 지분 보유한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