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된 한나라당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된 한나라당
  • 김 기 룡기자
  • 승인 2012.01.10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괴물들을 물리치는 여행을 하던 중 침대를 가지고 여행객을 괴롭히는 프로크루스테스를 만났다.

그는 나그네들을 자신의 침대에 눕혀서 침대보다 키가 크면 다리를 잘라 버리고, 작으면 늘여서 고통을 주었다.

테세우스는 그와 혈투를 벌여 이긴 후에 똑 같은 형벌을 주었다.

이후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자신이 세운 기준에 얽매여 잘못된 판단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

요즈음 한나라당을 보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연상된다.

모든 일을 자신의 잣대로 해석하고 안주하는 현상인 프로크루스테스 콤플렉스가 한나라당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당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은폐하거나 또는 실패를 부정하고 싶은 구성원들의 잘못된 편견 때문에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고 있는 거다.

안타까운 일이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으로 침몰 위기에 놓인 한나라당이 당을 구하라고 박근혜 前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 비대위를 구성케 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이양희 성균관대 법학대학원 교수, 조현정 비트컴퓨터 대표,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어 사장 등 6명을 외부위원으로 인선했다.

이 가운데는 한나라당의 이념표방과 다른 사람이 상당수 있다.

당 쇄신을 위해 박 위원장이 내정한 비대위원들의 연령대가 20~70대로 노·장·청 전 세대를 두루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비대위는 당 쇄신을 위해 중진 사퇴를 요구했다.

절대 절명의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을 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에 반발하는 중진들이 너나없이 비대위원들의 과거의 전력과 경험부족을 이유로 자격론을 제기하고 나왔다.

모든 것을 박 위원장에게 일임해 놓고 이제 와서 딴죽을 거는 거다.

프로크루스테스 콤플렉스에 빠져서다.

비대위원들은 당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들이 얼마나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한나라당의 성패가 달렸다.

이들의 결정이 당의 운명과 직결 되어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활동에 제동을 건다면, 서로 간의 다툼이 끊이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견이 무시되는 일이 일상화될 것은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에 비대위가 있다고 쇄신되겠느냐?”, “호박에 줄을 긋는 다고 수박 되는 건 아니다”라며 비하 하고 있다.

더욱이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당의 상황은 더욱 악화 됐다.

그렇다면 기득권자인 중진들이 나서 비대위를 격려하고 그들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정치 발전과 쇄신을 위해서다.

“나무에 올려놓고 흔든다”는 말이 있다.

당나라 현종 때의 간신 이임보는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을 천거해 그 사람을 안심시켜 놓고는 뒤로 공작, 그 사람을 다시 떨어뜨리는 수법을 자주 썼다고 한다.

좋은 낯으로 꾀어 일을 시켜놓고 난처한 지경에 빠뜨린다는 뜻이다.

한나라당 중진들이 되새겨 봐야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