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마 알아보는 백락(伯樂)이 필요한 때다
명마 알아보는 백락(伯樂)이 필요한 때다
  • 김기룡
  • 승인 2011.12.1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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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백락(伯樂)이 있은 연후에 천리마(千里馬)가 있으니,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락은 늘 있지 않다” 唐代(당대)는 물론이고 역대 중국의 대표적 문장가이자 유학자로서 韓退之(한퇴지)로 더 잘 알려진 韓愈(한유)의 말이다.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명마(名馬)는 어느 시대에나 있지만 그 명마를 알아보는 백락(말의 좋고 나쁨을 잘 감정하고, 매매하는 사람)은 좀처럼 없다는 뜻이다.

한유는 이어, “천리마는 한 번 먹는 데 곡식 한 섬을 해치운다.

그런데 마부가 이를 모르고 배불리 먹이지 않으니 어찌 천 리를 달리겠는가. 그리고는 천리마를 곁에 두고 ‘천하에 좋은 말이 없구나!’ 하니 슬프다, 진정 말이 없는 것인지 말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지”라고 한탄했다.

인재는 세상에 아주 없지 않으나 그를 알아보고 중용(重用) 해서 그의 수완이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해주는 현상은 별로 없는 것이다.

내년 1월 정기 인사철을 앞두고 대전·충남도에는 의원이나 유력 인사 등을 통해 인사 청탁이 공공연하다.

이에 안희정 충남지사는 인사 청탁 ‘불이익’ 원칙을 거듭 밝혔다.

그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외부 인사를 통해 인사 청탁을 하면 확실하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강조 했다.

청탁관행을 깨트려 합리적인 인사 원칙이 관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사 청탁이 내부 구심력과 조직의 인화단결을 저해한다고 본 것이다.

염홍철 대전시장도 최근 송년기자회견에서 올 인사 방향에 대해 “연공서열을 중심으로 하되 조직의 활기를 위해 일부 발탁인사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임 시장과의 관계가 인사에 개입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못 박았다.

인사의 공정성을 강조한 것이다.

조직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공직자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직무성과 평가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인사 청탁은 공직자의 자긍심을 해치는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 아무리 기회가 균등하다고 해도, 인재가 적소에 꼭 쓰이게 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인사 청탁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이번 인사가 연공서열 등 기술 직렬의 인적 구조를 감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임자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았던 사람과 인적 구조상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는 기술 직렬의 간부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인정받으려 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행정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강한 조직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또 강한 조직 문화 구축을 위해서는 조직내 핵심 포스트를 맡고 있는 과장급이상 간부의 역할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프로세스 실행의 주체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정기 인사에서는 조직의 활기를 위한 발탁인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명마를 알아보는 백락이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구나”하는 인재의 탄식을 잠재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