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쓰면 돈 나오니, 그쪽 기사나 쓰시오”
“기사 쓰면 돈 나오니, 그쪽 기사나 쓰시오”
  • 신아일보
  • 승인 2007.05.2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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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주영 회장이 한 강연장에 초대돼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강연이 끝나고 한 기자가 정 회장에게 “어떻게 그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었느냐”고 호기심 어린 말투로 물어 보았다. 그러나 정 회장은 만원짜리 지폐를 펼쳐 보이고는 “이것이 무엇으로 보이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한참을 머뭇거리는 기자에게 정회장 자신은 “나는 이 돈이 사람으로 보입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결국 돈을 번다는 것도 사람의 마음을 끌어 모아야 가능하다는 것이 아닌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얼마전 김포시에도 경제계 지도자가 탄생했다.
본 기자가 보충 취재를 하기위해 접촉을 시도했고, 전화 통화후 취재할 것이 있으니 오라는 답변에 사업장을 직접 방문했다. 막상 도착해 보니 모 방송사 체험프로그램 녹화가 유명 연예인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었다.
타 방송 홍보기사는 쓸 수 없고 자료를 주면 인물기사를 쓰고자 한다고 하자 대뜸 “지방주간지에서 홍보를 많이 해주니 그런 기사는 필요없고 협회 기사를 써주면 돈이 나오니 그쪽 기사나 쓰시오”라고 말했다.
주위에 사람도 많아 언쟁할 필요가 없어 되돌아 나왔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한 지역의 경제 지도자의 언행이 이정도 밖에는 안 되는 것인지 함께 참여하는 회원들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돈은 많은 것을 성취하게 해 준다. 막상 돈이 없어 학업을 마치기 어려운 이들에게 금전적인 풍요로움은 미래의 꿈을 성취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심지어는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지니기도 한다. 그러나 돈이 있어 자신의 처지를 더 빈곤하게 만드는 경우도 다반사다. 돈으로 사람의 머리를 숙이게 만들 수 있겠지만 마음까지 숙이게 할 수는 없다.
말에는 힘을 지니고 있다. 또한 말은 내면의 세계를 밖으로 표출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기독교에서는 신이 말씀으로 이 우주를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말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말 한마디 잘못해 오랫동안 쌓아온 명성을 한 번에 날리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한순간 말 한마디 잘해 기회를 잡는 이들도 많다.
대형 항공모함도 그 선체에 비해 작은 키로써 방향을 잡듯 사람도 신체에 비해 작은 혀로써 명암을 달리할 수 있는 것이다. 돈으로 사람을 지배하려 하지 말고 따뜻한 마음이 담긴 말로써 사람의 마음을 모을 수 있는 지혜를 기대해 본다.
김포/이창수 기자 cs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