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펀드가 가장 많은 나라
세계서 펀드가 가장 많은 나라
  • 신아일보
  • 승인 2007.05.1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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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약 1500개가 늘어난 비약적 성장세
세계에서 가장 많은 펀드를 보유한 한국. 최근 1년간 약 1500개의 펀드가 늘어나는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본 업계는 어디일까?
정답은 은행. 자산운용사의 순이익이 최근 1년동안 겨우 5.5% 늘어나는 동안, 국내 7대 은행들의 펀드 수수료 수입은 100% 넘게 늘어났다. 이같은 은행의 배불리기 이면에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판매보수'가 숨어있다.
펀드에 들어가는 비용 중 운용사로 흘러들어가는 돈은 30%가량. 은행 등 판매사가 70%의 이윤을 챙기고 있다.
펀드를 만들고 운용하는 ‘생산자'보다는 홍보하고 팔아주는 ‘유통채널'이 두배 넘는 이윤을 취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
운용업계는 당분간은 이같은 구도가 지속될 수 밖에는 없다고 보고 있다. 펀드 판매에 있어서 대형은행과 증권사의 ‘파워'가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너도나도 비슷한 펀드를 출시하면서 ‘팔아만 달라'는 운용사의 마케팅 전략 역시 이같은 구도형성에 한 몫하고 있다.
◇펀드 속 당신 돈, 매일 은행으로 빠진다
대형은행과 증권사가 이처럼 대부분의 수익을 얻는 데는 한국 특유의 ‘판매보수'라는 방식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펀드관련 비용은 보수와 수수료로 나뉘는데 ‘보수(fee)'는 일정기간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펀드에서 매일매일 차감되는 것이며, 수수료(commission)는 투자자가 1회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이다.
최근들어 선취수수료가 늘긴 했지만, 은행의 펀드 판매보수는 평균 1.4%에 달한다.
국내 은행에서 펀드에 가입했다면, 매일 판매보수가 부채의 일환으로 제해져 내 펀드에서 은행으로 1.4%정도가 흘러가는 셈이다.
이에반해 미국의 펀드비용은 운용사의 운용보수와 판매사의 판매수수료로 나뉜다. 매일매일 빠져나가는 판매보수는 없다. 12b-1보수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판매사 없는 직판펀드가 마케팅 비용을 차감하는데 활용된다.
우재룡 한국 펀드평가 사장은 “미국은 보통 펀드 가입시 선취수수료를 한 번 주고 매년 운용사에 0.3% 정도 주지만, 한국에서는 매년 2∼2.5% 정도의 비용을 내고 있다"며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펀드의 규모가 커지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록 비용이 더욱 늘어나는 이상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5년 11월 금융감독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펀드판매비용부담은 4년이상 펀드를 가입할 경우 미국보다 커진다.
금감위는 당시 판매보수 수취관행이 장기투자자의 부담을 늘린다며 개선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1년6개월 후인 지금까지 정보공개를 요청한 것 외에는 별다른 소식이 없다.
◇최대수혜는 은행…운용사 수익 13배
지난해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기업 등 6개 은행의 펀드관련 수수료 수익은 모두 6096억원으로, 2005년 2,986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농협을 포함한 7개 은행의 수수료 수익은 6,340억원. 반면 국내 49개 운용사들의 당기순이익 총합계는 지난해(2006년 3월~2007년 3월) 3,569억원으로 2005년 회계연도보다 5.5%늘어나는데 그쳤다.
물론 각 사별로 차이가 크지만, 단순히 산술평균했을때 은행 1사당 펀드관련 수익은 906억원이지만, 운용사 1사당 수익은 72.8억원에 불과하다. 은행 한 곳이 펀드로 벌어들인 돈이 운용사 한 곳의 약 13배에 달하는 셈이다.
국민은행이 전년대비 1,133억원(90.9%) 증가한 2,37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이 1,575억원, 우리은행이 717억원, 하나은행이 54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더욱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들이 총 800개가 넘는 펀드를 동시다발적으로 판매하면서, ‘은행 판매사도 펀드를 모른다'는 눈총도 받고 있다.
김재칠 증권연구원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미국과는 반대로 판매보수의 비중이 굉장히 높다"며 “이는 프라이싱(가격형성)에 있어서 대형 은행과 증권사의 파워가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펀드 수퍼마켓이나 인터넷판매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며 “자산관리사(FP)등의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판매채널이 확대되면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