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보다 잿밥’에 어두운 國會
‘염불보다 잿밥’에 어두운 國會
  • 신아일보
  • 승인 2007.05.07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吳 世 烈 본사주필
사립학교법 개정안·국민연금법 개정안·로스쿨 법 제정안 등 3대 쟁점 법안의 4월 국회처리가 무산 됐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합의안이 도출되면서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전망됐으나 사학법에 발목이 잡혀 끝내 좌절됐다.
이에 따라 3년6개월을 끌어온 국민연금법 개정작업은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지만 현재로선 6월 국회처리도 어려워 보인다. 한때 양당 정책위의장 협상을 통해 잠정 합의안을 만들어낸다 싶더니 최대쟁점인 사학법의 개방형이사 추천위원회구성 문제가 내부 반발에 부딪치면서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물론 4.25 재보선 결과를 놓고 각 정파가 나름대로 여론을 탐색하는 도중이라 어느 쪽도 선뜻 타협안을 제시하기 힘들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3대 법안은 더 이상 미루기만 해서는 곤란한 쟁점 법안들이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도 사실상 인정했다. 원내 대표단과 조찬회동에서 사학법 재개정과 관련 ‘여당이 양보하면서 국정을 포괄적으로 책임지는 행보가 필요할 때’라고 지적하며 열린우리당의 ‘대승적 양보’를 권고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열린우리당은 사학법 집착에 밀려오고도 이제 와서 책임을 한나라당으로 떠넘기는 것은 비겁한 처사다. 심지어 표결처리 제안도 거부해 사학법 재개정을 봉쇄해 버린 우리당이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법만 하더라도 이번에는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후속작업을 준비하던 복지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민연금 법개정이 지연됨에 따라 하루 800억 원씩 연평균 30조원의 부채가 쌓이는 것은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2047년이면 기금이 바닥이 나는 현실이 가시화될 것이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정당구조가 변화로 연금법 개정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의한 ‘현행대로 내고 덜 받는’개정안은 애초기대에 미치지는 못해 ‘용돈연금’이란 비난도 적지 않지만 연금 고갈시기는 10여 년 늦출 수 있어 복지부는 국회통과를 기대 했다.
사학법은 어떤가 열린우리당은 개방형이사 추천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학교운영위(대학평의회)이사회 종단을 포함한 재단측 인사를 동수로 하되 나머지 1명은 법원이나 관할 교육청이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의 종교계 중진안을 거부했다. 사학단체가 반발 관련단체 등 9개 단체는 ‘국민의 64.6%가 찬성하는 사학법 재개정이 성사될 때까지 계속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개정 사학법 문제로 민생법안이 뒤로 밀리고 있고 이로 인해 경제활성화도 제쳐진 모습이다. 로스쿨법도 마찬가지다. 2005년 10월 정부입법으로 발의된 로스쿨법은 국회교육위원회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1년 6개월 동안 잠자고 있다.
정치권은 정원 규모를 정하는 사람의 범위에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사립학교법 재개정, 로스쿨법,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연계한다는 한나라당의 전략에 발목을 잡혔다.
문제는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처리가 무산됨에 따라 사실상 백지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점이다.
6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가 남아있다지만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법안 처리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 법안처리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가장 피해자는 학생과 대학들이다.
현재 로스쿨을 신청하려는 대학은 전체 97개 법대 가운데 40곳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건물 신 증축비와 기자재 구입비로 2020억 원을 쏟아 부었고 로스쿨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교수도 372명이나 충원해 놓고 있다.
학생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법대를 다기고 있는 학생은 물론 사법시험을 고려하고 있는 인문사회 계열 학생들은 로스쿨을 준비해야 할지 사법시험을 준비해야 할지 결정을 못하고 있다.
로스쿨법이 17대 국회에서 처리 못하고 자동 폐기될 경우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대한변호사협회를 비롯해서 제도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법조계에서 국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펼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이 치러지는 해이기 때문에 올해 국회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우리란 예상은 일찌감치했었지만 이 정도일지는 상상도 못했다. 공언은 허언이 되고 말았다.
한심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치가 죽고 죽이는 전쟁이 아니라면 일방적 일수는 없다.
1년 동안 끌어온 사학법 재개정을 회기 내 처리키로 원칙적 합의를 하고도 처리하지 못한 국회가 어떻게 민생을 거론할 수 있겠는가? 정당의 정체성이 다른 만큼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 합의했으면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정치력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이나 열린 우리당 모두 네 탓 공방만하며 사학법 등 또다시 미루고만 있다.
정치권의 관심은 벌써 연말에 있는 대통령 선거라는 ‘잿밥’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마당에 그때 상황이 크게 달라질리가 만무하다. 정치권이 당면한 국정보다는 대선을 의식한 당리당략에 파묻히면서 갈수록 어두워진다. 국회는 더 이상 국민을 고단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