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병리 현상’제거 없이 혁신은 없다
‘조직 병리 현상’제거 없이 혁신은 없다
  • 김 기 룡
  • 승인 2011.07.0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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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재 엄청난 속도로 진화(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혁신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런 의미로 보면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짙은 충남도민들이 지난 선거에서 40대 젊은 진보성향의 안희정을 택한 것은 시대 조류에 부합하는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충남도민들이 변화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에 걸맞게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취임과 함께 ‘행복한 변화, 새로운 충남'이라는 캐치프레스를 내걸었다.

구호에서 보듯이 안 지사는 구습을 타파 하는 변화를 통해 도민에게 행복을 선물하겠다는 각오다.

그래서 새로운 충남을 만들기에 나선 그는 혁신담당관 직제를 신설하고 이 부서로 하여금 조직의 변화를 주도 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채 비전과 전략에 대한 말만 무성하게 내세우는 꼴이 됐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충남도의 한 공직자가 통상적으로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이면지를 큰 불편 없이 재활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본지 6.2보도) 혁신을 위해서다.

당시 도는 이 프로그램을 사용해 6000만원/년의 비용절감을 장담했다.

그런데 조직에서의 호응이 시원치 않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아직까지 실적은 제로에 가깝다.

귀찮아서라고 한다.

오히려 타 시도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으니 충남도의 혁신의지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직자들의 혁신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나아가 고질적인 조직의 병리현상(귀차니즘)이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귀차니즘’은 만사가 귀찮아서 게으름을 피우는 현상이 고착된 상태를 말하는 신조어다.

꼬박꼬박 보수가 지불되고, 어느 정도의 정년이 보장되어 있는 공직사회에서는 이런 현상이 흔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늘 해 오던 대로 편안한 것만을 추구하는 조직에게는 발전적인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위기감 조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런데 위기감 조성 없는 혁신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들은 또 변화하는 환경, 새로운 가치를 찾아서 종전의 익숙한 것들과 결별할 수 있는 용기와 도전정신이 있어야만 그 조직은 혁신의 값진 결실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무감각한 부분들, 그것들과 결별할 줄 알아야 비로소 혁신의 실마리가 풀리게 된다는 것이다.

조직행동 분야의 대가인 앨버라도(Alvarado) 교수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평소 잘 관리하지 않거나, 사소한 문제라도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심각한 병을 키울 수 있다"면서 “조직도 사람의 신체처럼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조직 병리 현상을 세심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혁신을 위해는 조직병리 현상 제거가 급선무라는 것이다.

안희정 지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충고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