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야 나라 기강 서겠나
이래서야 나라 기강 서겠나
  • 오 세 열
  • 승인 2011.06.0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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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들을 화가 나게 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금융기관을 관리하고 감독할 한 기관의 직원이 감독은커녕 비리를 저지른 저축은행 의 돈을 받고 그들의 잘못에 대해선 못 본척 한 사실이 밝혀졌다.

대통령은 이 기관을 방문해 호통을 쳤고 국민들은 비리를 눈감아준 직원을 ‘현대판 탐관오리’로 여기며 분통을 터뜨렸다.

탐관오리는 재물을 탐내는 관리라는 뜻의 ‘탐관’과 깨끗하지 못한 벼슬아치란 뜻의 ‘오리’를 합쳐 부정을 저지른 부패한 관리(지금의 공무원)을 일컫는 말이다.

공평하게 법을 집행하고 백성들의 모범이 되어야 할 관리가 오히려 법을 어기고 나라의 재물을 빼돌리고 백성을 괴롭힌다면 무서운 벌을 받았다.

조선시대는 탐관오리에게 팽행이라는 형벌을 주었다.

‘팽(烹)'은 삶는다.

또 삶아서 죽이는 형벌이다.

저축은행 수사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한마디로 참담하다.

우리나라는 거꾸로 편법에 능한 공직자들이 얼마나 나라를 골병들게 하고 서민을 피눈물 나게 하는지 새삼 절감케 된다.

이번 사태는 금감원이 퇴직자들을 저축은행에 감사로 내려 보내는 관행 탓에 감독하는 기관과 감독받는 기관이 유착하는 바람에 터졌다.

이 유착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공직자 윤리법을 하루아침에 헌신짝으로 만들어 버린 금감원 간부들의 편법 이었다.

부산저축 은행 그룹산하 5개 저축은행 중 4곳의 감사가 금감원 출신이다.

이들은 부산 저축은행 그룹이 수년간 120개의 위장회사를 만들어 서민들이 맡긴 돈의 70%인 5조원을 분탕질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있었다.

이를 막기는커녕 불법 대출과 분식회계에 가감했다.

금감원은 2001년부터 10여 차례나 부산 저축은행으로 내려가 수십일 씩 머물며 감사를 했으면서도 이번 불법은 모르는 척 했다.

부산 저축은행 감사반장 이었던 금감원 간부는 ‘감사원이 곧 감사를 할 것 같으니 잘 감춰야한다’고 미리 알려 주기도 했다.

지난 4월 현재 증권회사 저축은행 보험사 같은 금융회사 의 감사 중 금감원 출신은 45명이다.

최근 10년간 저축은행과 저축은행 중앙회에 취업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출신123명중 87명이 금감원 출신이다.

공직자 윤리법엔 일정 직급 이상의 공직자는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리업체는 퇴직일로부터 2년간 취업할 수 없게 돼있다.

퇴직 공직자의 소속부서 업무와 영리업체 간에 밀접한 업무관련 성이 있는 지 여부를 따지는 기준도 자세히 나와 있다.

퇴직공직자가 소속했던 기관장은 퇴직공직자가 이전 규정을 어기고 영리업체에 취업했으면 영리업체는 그 퇴직자의 해임을 요구해야한다.

영리업체는 이를 따라야 한다고 돼있다.

법규정으로만 보면 ‘낙하산 감사’는 어림도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금감원 사람들은 곧 바로허점을 찾아냈다.

금감원은 퇴직을 앞둔 간부들은 퇴직뒤 취업하려는 업체와 업무관련성이 적은 총무국이나 인력 개발실 같은 부서로 잠시 옮겨 근무하게 하는 편법으로 이 규정을 피했다.

2008년 금감원 퇴직후 취업한 14명중 9명 2009년24며중 16명이 편법을 거쳐 금융회사에 취업했다.

이런 편법을 쓰는 곳이 금감원 뿐이고 편법으로 법 규정을 무력화 시킨 사례가 공직자 윤리법하나 뿐이겠는가. 공무원들이 자기들의 이익이 걸린 일에는 이렇게 편법에 능해서야 그 어떤 법을 만든들 효과가 있을 턱이 없다.

많은 국민이 이런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허탈해 하고 상실감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의 도덕적 불감증을 넘어선 비리행태를 보면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향하는지 걱정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정기관은 나라의 마지막 보루다.

살아있는 정의를 위해 헌신해야한다.

이런 사정기관이 막장 드라마의 주역이 된다면 과연 이 나라의 기강은 누가 잡겠는 가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정기관이 무너지면 사회도 나라도 함께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맑고 투명해야 할 사정기관에서 썩은 냄새가 풍긴다면 어느 국민이 신뢰를 보내겠는 가 사회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 부패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