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 국민의 지지가 필요한 이유
원자력발전, 국민의 지지가 필요한 이유
  • 서 홍 기
  • 승인 2011.03.2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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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50만원에 월세 9만원 단칸방. 주인으로부터 방을 비워달라는 말을 듣고 세 가족을 거느린 家長 엄승욱 씨는 침울해졌다.

부업으로 자수바느질을 하던 아내는 재봉틀마저 팔았다.

그러나 전세금을 마련하기에는 어림없었다.

며칠 뒤 엄씨는 가족과 함께 세상을 버렸다.

5장의 유서와 전재산 100만원을 남기고 ‘전세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나 혼자 세상을 떠나려 했다.

그러나 이 각박한 세상에 남게 될 처자식의 앞날은 얼마나 고생스러울 것인가. 우리를 화장한 뒤 신혼여행지였던 부산 태종대 바닷가에 뿌려달라’ 남겨 둔 100만원은 장례비용이었다.

이것은 1990년 4월 12일자 신문에 난 가슴 아픈 기사이다.

경영학의 대가 윤석철 교수는 장례비용까지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 했던 이 부부의 비극을 ‘규모는 작지만 그 의미는 시대적’이라 보았다.

윤석철 교수는 1994년 저서 ‘과학과 기술의 경영학’에서 상품의 설계도면과 생산설비까지 외국에서 들여오고 외국 상표를 부착해야만 제품을 팔 수 있었던 저부가가치 산업사회의 뒤안길에서 엄씨 가족과 같은 비극이 만들어졌다고 평하고 저임금을 바탕으로 하는 저부가가치 산업구조에서 탈피하여 고급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옮겨가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전국민의 노력으로 외환위기를 이겨내어 1998년 이후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이어오고 있고 2010년 수출 세계7위를 기록하는 등 성공적인 길을 가고 있다.

그러나 오일쇼크, 자원전쟁 그리고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세계 경기침체 등 한국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잠재된 리스크는 언제라도 한국경제를 어려움에 빠트릴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성적표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조선, 반도체의 5대 산업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그간 엄씨 가족과 같은 비극이 얼마나 많이 발생했을까? 빈민 운동가 고 제정구 선생은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하게라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라는 뜻을 가지고 빈민운동에 인생을 바쳤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하더라도 삶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산업분야와 기업이 꾸준하게 창출되어야 한다.

고품질의 상품, 높은 수준의 인력과 기술로 부가 유입되고 고부가가치 일거리가 창출되어야만 가난한 사람들의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고 가난한 사람들의 자녀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고급인력이 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 질 수 있다.

70년대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시작한 한국의 원자력발전은 이제 세계원전시장을 놓고 서구 강대국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였다.

지금 세계는 소비에트 공산주의 관료체제가 만든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상처를 딛고 가장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대용량 電源으로 원자력을 선택하고 있다.

어떤 분야든 시장에서의 경쟁력 기준은 품질, 비용, 납기(공기)이다.

이 세 부분에서 한국은 모두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은 한국의 달러박스가 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정치의 무대에서 한국이 세계적인 강대국들과 경쟁하여 세계 원전시장의 일정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시기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적인 지지와 응원이다.

어찌 축구선수만 태극전사 이겠는가? 국내에서의 원자력산업 토대가 튼튼해지지 않고 또한 국민의 성원이 없다면 해외에 나가서도 힘을 발휘할 수 없다.

현재 건설 중인 중저준위방폐장과 앞으로 건설되어야 할 고준위폐기물관계시설, 국내 신규 원전건설 그리고 해외 원전건설에 대하여 국민적인 신뢰를 보내주어 정부와 원자력산업계가 연구하고 일하는 것 외에 힘의 낭비가 없도록 배려한다면 원자력은 국민을 위해 반드시 크게 보답할 것이다.

어머니가 재봉틀을 팔던 날 엄씨의 9살 아들은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엄마가 미싱을 팔았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TV소리가 잘 들렸기 때문이다.

방안도 참 깨끗해졌다’ 천진난만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아이가 무슨 죄가 있었을까? 이미 한국은 저출산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이 하나 하나가 너무나 귀한 존재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물려 줄 것인가? 남의 자식도 내 자식처럼 관심을 가지는 사회의 정신문화를 가꾸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소외되는 이웃, 복지의 그늘에서 좌절하는 청소년이 한사람도 없도록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쉼없이 국부를 창출해야 한다.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는 다음 세대에게 밝은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