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연기 도전하는 "정성화"
동성애 연기 도전하는 "정성화"
  • 신아일보
  • 승인 2011.01.2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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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각진 얼굴을 갖고 있지 않아서 동성애자를 연기하면 안 예쁘고 충격을 줄 수도 있습니다.

”2인 연극 ‘거미 여인의 키스’에 출연하는 뮤지컬배우 정성화(36)는 25일 “하지만 그런 상황을 딛고 내 동성애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배우로서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거미 여인의 키스’는 아르헨티나 소설가 마누엘 푸익(1932~1990)이 1976년에 발표한 장편이다.

한 감방에 수감된 동성애자와 혁명가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뤘다.

뮤지컬로 만들어져 1992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다.

1993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입성, 그해 토니상에서 남우주연상 등 7개부문을 휩쓸었다.

1985년 아르헨티나 출신 브라질 영화감독 엑토르 바벤코(65)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낭만적인 동성애자 ‘몰리나’를 연기하는 정성화는 “연습을 하면서 여자라는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다”며 “결혼을 앞둔 나로서는 참 고무적인 작품”이라고 웃었다.

지난해 손예진(29)·이민호(24) 주연의 MBC TV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 게이로 오해 받는 ‘노상준’을 연기한 그는 “’개인의 취향’에서 게이 연기를 덜 보인 것 같아 아쉬운 점이 있었다”며 “이번에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성화는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 역으로 유명한 배우다.

이 작품을 통해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주연상,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안중근과 몰리라는 캐릭터 전혀 달라 연기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영웅’을 공연하면서 ‘거미여인의 키스’ 연습을 동시에 했다”며 “꼭 쥔 주먹을 가슴에 얹고 다짐하는 경건한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여성스럽게 다 펴지더라”고 고백했다.

뮤지컬과 연극 장르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나는 뮤지컬 속의 노래도 대사라 생각한다”며 “노래 한 소절, 대사는 한 마디에 각각 의미를 담아 전달한다는 점에서 같다”고 여겼다.

단 “연극은 대사가 너무 많아 암기하기가 힘들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2인극에 도전하는 것이 너무나 설렌다”며 “뮤지컬배우가 연극에서도 잘한다는 소리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혁명가와 동성애자 간의 부딪힘이 어떤 상황을 만들고 무슨 메시지를 전하는지 보여주고 싶다.

”뮤지컬배우 박은태(30)가 정성화와 몰리나를 번갈아 연기한다.

연극에 처음 출연하는 박은태는 “잠을 안 자가며 연습한다는 소리를 듣는데 너무 걱정돼 잠을 못 자는 것”이라며 “동성애자가 단순히 가십이 되지 않도록, 작품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몰리나의 상대역인 게릴라 죄수 ‘발렌틴’으로는 뮤지컬배우 최재웅(32)과 김승대(30)가 더블캐스팅됐다.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와 뮤지컬 ‘헤드윅’ ‘서편제’ ‘광화문 연가’ 등의 이지나(47)씨가 연출을 맡았다.

이 연출은 “워낙 명작이라 배우들이 두려워하고 있다”면서도 “이번 작업을 통해 이 작업에 코미디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배우들에 맞게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인물이 서로 살기 위해 치열한 대결을 벌이는 과정을 그려나갈 것”이라며 “동성애를 현대적인 관점으로 풀어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화·최재웅, 박은태·김승대가 주로 커플을 이뤄 연습하고 있다.

“정성화 커플은 원작에 가깝고 박은태 커플은 색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며 “서로 섞어놓으면 독특한 분위기가 풍겨져 나올 것 같다”고 귀띔했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악어컴퍼니와 나무엑터스, CJ엔터테인먼트가 함께 꾸미는 대학로 연극 축제 ‘무대가 좋다’의 7번째 작품이다.

2월11일부터 4월24일까지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에서 볼 수 있다.

3만~5만원.

  02-764-8760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