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문제의 핵심을 바로 보고 대처해야
구제역, 문제의 핵심을 바로 보고 대처해야
  • 김 기 룡
  • 승인 2011.01.2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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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한 말기 뛰어난 의술로 신의라는 칭송을 받았던 화타의 이야기가 삼국지 위지 ‘화타전’에 실려 있다.

고열과 심한 두통 등 증상이 같은 한 고을의 벼슬아치 예심과 이연에 대한 처방이야기다.

화타는 증상이 똑같은 두 사람에게 각기 다른 처방을 내렸다.

예심은 신체 외부에 병은 없으나 잘못 먹어 내부에 배탈이 났으므로 사약을 먹어야 하고, 이연은 신체 내부에 병은 없으나 외부의 영향으로 감기에 걸린 것이니 발산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 여기서 유래된 고사성어가 대증하약(對症下藥)이다.

즉, 증세에 맞게 약을 써야 한다는 뜻이며, 이는 곧 문제의 핵심을 바로 보고 대처해야함을 비유한 말이다.

요즈음 구제역과 조류독감(AI) 문제를 놓고 일각에서는 말들이 많다.

정부의 구제역에 대한 대응에 문제를 지적한다.

살처분과 매몰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맞는 대책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증하약의 처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구제역은 지난해에만 세 차례나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에 대한 정확한 발병원인과 전파경로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구제역 바이러스가 사람 또는 차량의 이동으로 전파되고 있다고 추정할 뿐이다.

그래서 통제소를 만들고 방역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추정도 신뢰를 잃었다.

모든 차량과 사람을 통제했음에도 발병지역으로부터 17㎞나 떨어진 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구제역이 사람이나 차량으로부터 전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다.

이 때문에 정부는 바다 건너 제주도에도 백신을 접종한다고 한다.

주먹구구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지난 2000년에 제정한 긴급행동지침(SOP)을 개정해 지자체에 전파하고, 매몰현장에서 원칙과 규정을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매몰두수의 증가, 인력부족으로 매뉴얼 이행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이로 인해 침출수 유출 등 ‘2차 피해’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구제역 발생 52일째, 매몰대상 가축 수가 200만마리를 넘어섰다.

그 피해액만 1조5천억원이상으로 추정된다.

초동대응이 미흡했고 정확한 전파경로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시방역체제의 구축이 필요한 대목이다.

“예로부터 구제역은 병든 가축에게 따뜻한 죽과 부드러운 건초를 먹이고 쓰라린 상처를 핥지 않도록 돌보면 보름 안에 완치되는 병이었다”고 앤드류 니키포룩(‘대혼란’ 저자)은 말한다.

익명의 한 병리학자도 “구제역도 바이러스의 특성을 알면 간단히 해결된다”며 “사람들은 감기에 가습기를 사용하고, 생강, 대파뿌리, 귤껍질을 다려먹는다”고 조언했다.

겨울철 건조할 때 활개 치는 바이러스의 특성을 알면 방비책이 있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이 귀담아 들어야할 말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