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내정 12일만에 결국 사퇴
정동기,내정 12일만에 결국 사퇴
  • 유승지기자
  • 승인 2011.01.1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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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없이 그만두라?"여당에 서운함 내비쳐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결국 내정된 지 12일만에 사퇴했다.

그동안 야당이 정 후보자에 대해 사퇴 압박을 해온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여당 지도부마저 이에 뜻을 같이 하면서 고심하다 자진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단 한분의 청문위원이라도 있다면 끝까지 청문회에 임해 제 진정성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면서 “그러나 저 한사람으로 인해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고 향후 초래될 국정의 혼란을 감안하니 차마 이를 고집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사퇴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감사원장 후보자 지명을 계기로 저의 경력과 재산 문제뿐 아니라 개인의 모든 사생활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악의적으로 왜곡되고 철저하게 유린됐다” 며 “청문회 없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재판 없이 사형 선고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한 “저는 평생 소신에 따라 정직하게 살아오며 남에게 의심받거나 지탄받을 일을 삼가며 철저히 자기관리를 하고 살아왔다” 며 결백을 주장했다.

이처럼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기도 전에 내정자가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감사원장 공백기가 더 길어지게 됐다.

이 때문에 대형감사를 포함한 감사원의 업무가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여야 정치권에서는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 결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온도차가 느껴졌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집권 4년차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고 국민감정을 고려해 내린 용단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며 “이제 야당도 정부.여당의 진심을 이해하고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역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민주당 전현희 원내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문제의 근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철학으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청와대 인사라인에 대한 철저한 책임규명, 문책이 있어야 한다” 며 “대통령의 근본적 인식전환과 청와대 인사시스템 정비 및 인사원칙 기준을 바로 세우는 후속조치가 수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공식논평을 통해 “이렇게 늦게 할 것이었다면 자진사퇴보다 청와대가 지명철회를 하는게 좋았다”고 밝힌 뒤 “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어야 하는데 너무 말이 많다보니 떠나는 뒷모습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사태로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동반 추락했다” 며 “한나라당은 스스로 발등을 찍고 오락가락 하면서 체면을 구겼고, 청와대는 잘못된 인사로 레임덕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로 당청간 갈등의 골이 깊게 패여 여권은 자칫 야권에 끌려다닐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면서 동시에 조심스럽게 당청관계 복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