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세일즈’완성은 ‘한미 원자력 협정’
‘원자력 세일즈’완성은 ‘한미 원자력 협정’
  • 김 창 성
  • 승인 2010.12.23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ales'왠지 기분 좋은 단어이다.

원뜻은 ‘판다' 이지만, 일상에서는 ‘할인'이라는 개념으로 쓰인다.

지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원전 UAE 수출을 “세일즈” 외교의 결정판 이라고 평하는 언론도 있다.

이때부터 ‘세일즈'란 용어가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최근 ‘원자력 세일즈 박차' 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또 우리를 얼마나 기쁘게 할까 라는 기대가 있었다.

제9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너지장관회의에 참석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의 행보에 대한 기사였다.

우리 원전에 대한 해외의 관심을 비중 있게 다뤘지만, 이 중에 눈에 띄는 대목은 “2014년 만료 예정인 한미 원자력협정의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이다.

한미 원자력 협정이 무엇이기에 원자력 세일즈라는 기분 좋은 용어에 조금은 무거운 어감의 내용이 포함된 것인가? 한미 원자력 협정은 한국과 미국 간의 원자력 문제를 규정한 조약이다.

정식 명칭은 ‘원자력의 민간이용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협력을 위한 협정’이다.

1972년 11월 24일 체결, 1974년 5월15일 1차 개정되어 1974년 6월 26일부터 협정의 효력이 발효되어 현재까지도 대한민국의 핵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통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원자로 건설과 운영 등 미국으로부터 제공받은 핵심기술을 다른 나라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있다.

또한 우리나라가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려면 우리나라와 원전수출대상국 모두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원자력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사용 후 핵연료의 국내저장이 곧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또한 원자력협력협정은 핵무기확산 방지를 위해 사용 후 핵연료 관련 활동과 제3국으로의 재 이전에 대한 사전 동의권 등 공급국인 미국이 수령국인 한국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평화적인 원자력 활동마저도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여기에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 1차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동안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해 논의했고, 우리나라의 요청대로 미국이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 들어가고 되도록 빨리 개정한다는데 동의했다.

미국의 입장도 큰 변화가 있다.

기존 협정 개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던 미국이, 북핵문제가 진전을 보이고, 핵의 비확산을 엄격히 보장하는 조건에서 우리나라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할 수 있다는 태도이다.

비확산을 보장하는 엄격한 조건하에서 한국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새로운 기술인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을 용인하는 형태로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세계정세도 우리에게 유리한 사항이다.

미국이 일본에는 재처리에 동의하고 플루토늄의 사용까지 허용한 상황에서, 한국에 대해서는 추출 플루토늄 재반입 불가를 전제로 해외 재처리를 허용하는 것은 차별적 조치라고 판단될 수 있으며, 반입이 금지된 플루토늄의 보관, 저장,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는 전문가 보고서도 있다.

우리 국민들의 원자력에 대한 의식도 크게 변하고 있다.

2003년 부안 사태,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는 극단적인 반대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원자력 발전소의 안정성에 대한 인식 전환과 UAE 원전 수출이라는 큰 호재가 우리의 생각을 크게 바꿔 놓았다.

한 신문사가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단적인 예를 볼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은 미래에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성장 동력 산업으로 반도체와 함께 원자력발전 등 에너지ㆍ바이오산업이라고 꼽은 것이다.

세계 제 6 위의 원자력 강국인 한국이지만, 해외 진출은 이제 걸음마 단계이다.

터키, 인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우리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미 협정이 원자력 산업을 도약할 기회에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2014년 3월이면 한미 원자력 협정은 그 유효기간이 만료된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에 관한 핵 자주권 확보와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의 원자력 산업 증대를 위해서 세계정세 변화 추이를 진단하고,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 설정으로 한미 원자력 협정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