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게 당위성보단 자유를 줘야”
“예술가에게 당위성보단 자유를 줘야”
  • 김지은기자
  • 승인 2010.11.0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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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 광주 방문… 예술가들 역할론 강조
“예술가에게는 당위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자유를 줘야 합니다” ‘만인보’의 작가 고은 시인<사진>은 1일 “창작을 위해서는 예술가에게 당의성이라든가 통례적인 이데올로기를 부여하지 말고 의식이 있든 없든 자발적으로 참여토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 시인은 이날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제정한 ‘고은 시인의 날’을 기념해 광주를 방문한 뒤 비엔날레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5·18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예술가들에게 역할론을 강조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고 시인은 “인간 사회는 조화로운 듯 하지만 갈등으로 이뤄져 있다”며 “갈등이 삶의 기본요소인 만큼 갈등을 의도적으로 치유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아무 모순도 없는 지상낙원은 삶이 아니다.

존재 자체가 세계와의 갈등의 표현이고 갈등 없이는 발전도 없다”며 “다만, 갈등이 다른 가능성을 다 말살하는 것은 심각하다.

그래서 갈등을 최소화하는 사회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갈등론’은 ‘분단론’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는 “한반도 분단이라는 갈등이 이제는 갈등인지도 모르는 시대가 됐다”며 “커다란 갈등 구조에서 작은 갈등이 발생하는 만큼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서는 분단 구조를 하루빨리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시인은 “하나의 역사가 단일성이 아닌 타자와 관계가 있듯 한반도도 혼자가 아니라 동북아시아 권역의 일원이다”며 “한반도가 동북아는 물론 세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큰 지도를 그려가야 한다”고 국가적 역할론을 제시했다.

또 그는 “5·18의 아픔을 간직한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와 비엔날레 등 미래의 인프라가 많이 담겨 있는 곳이다”며 “광주가 분열과 갈등, 통합의 과정을 거쳐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인보는 1980년 생사의 경계에서 싹이 텄다”며 “마지막 30권이 출간되는 시기에 마침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로 채택돼 감회가 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향후 작품 전망에 대해 그는 “지금 작품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진행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노벨문학상 탈락과 관련해서는 “‘왜 사냐건 웃지요’라는 싯구가 있다.

내가 받을 상이 아닌 것 같다”고 짧게 대답했다.

고 시인은 이날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사인회를 갖는 등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 주제로 차용된 연작시 ‘만인보’는 고은 시인이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에 연루된 혐의로 투옥돼 수감생활을 하면서 그가 평생을 살아오며 만난 인물과 역사와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8000여 명에 대해 집필한 것으로 올해 4월, 30년 만에 마지막 30권이 완간됐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