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가격 피로감·대출 규제 등 영향에 수요 이동 가능"
가을 이사철에도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한산한 모습이다. 하반기 들어 전월세 물건은 각각 3000~4000개 가까이 증가했고 가을철 거래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가격 상승 피로감과 대출 규제 영향으로 자금 조달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보증부 월세 등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9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1만8280개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하반기 들어 증가세를 보인다. 7월1일 1만5628개에서 9월 말 1만6000개 수준으로 늘었고 10월19일에는 1만8000개를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하반기 들어 3000개 가까이 많아졌다.
전세 매물 흐름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달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3만1040개다. 하반기가 시작한 7월1일 2만7461개와 비교해 4000개가량 증가했다.
거래도 한산한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와 월세 거래량은 각각 7783건과 5583건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동월 대비 각각 37.8%와 51.1% 적다. 신고 기한이 며칠 남아있는 점을 고려해도 전년 수준을 크게 밑돌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기조로 전월세 매물이 늘고 거래는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9% 오르며 75주 연속 상승세를 보인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가격에 대한 피로감과 전세자금 대출 규제 등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여기에 임대인들이 전월세상한제에 따라 더 높은 가격에 물건을 내놓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 기조가 지속하는 만큼 전세 수요가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쉬운 보증부 월세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수요가 줄더라도 공급 물량이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격 하락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서진형 교수는 "가격 상승 부담과 대출에 대한 어려움이 지속한다면 전세 수요가 보증부 월세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다만 수요가 이동하더라도 공급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대출 규제가 여전히 진행 중으로 규제 방향이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관망하는 기색이 짙다"며 "가계대출 급증을 차단하기 위해 대출을 조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주택 수요자들의 자금 융통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