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1년 만에 매출 목표를 2조 낮춘 이유
롯데쇼핑이 1년 만에 매출 목표를 2조 낮춘 이유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4.10.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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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부회장, 올 'CEO IR DAY'서 15조2000억 제시
작년 17조 내세웠지만…경영진 업황 개선 전망 '착오'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4 CEO IR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롯데쇼핑]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4 CEO IR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롯데쇼핑]

롯데쇼핑이 2026년 매출 목표치를 약 2조원 낮췄다. 지난해 실적이 기대보다 낮아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경영진이 시장 회복 가능성만 염두에 두고 판단했다는 방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 11일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 및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CEO IR DAY’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상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2026년 매출 15조2000억원, 영업이익 8000억원으로 중장기 가이던스(실적 자체 전망치)를 정정 발표했다. 지난해 9월19일 제시한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1조원’이라는 목표와 비교해 매출 1조8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 각각 하향됐다. 더욱이 새로운 목표 매출은 2022년에 실제 거둔 매출보다도 낮은 수치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백화점·마트·슈퍼·이커머스 등 주요사업은 물론 컬처웍스·홈쇼핑·하이마트 등 연결 자회사까지 전반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4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2년의 15조5000억원보다 5.8%(9000억원)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며 전년 동기 대비 3.4%(3000억원) 감소한 6조9000억원의 매출을 냈다. 특히 이커머스와 자회사의 매출이 상반기 기준 각각 마이너스(-) 12.1%, -10.1%로 두 자릿수 퍼센트(%) 쪼그라들었다.

롯데쇼핑은 이에 대해 장기화되는 내수 경기 부진과 소비심리 저하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은 비우호적 소비지표를 근거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소비자 물가지수가 2020년 100에서 2021년 102.5, 2023년 111.6 등 지속 상승했고 가게 부채도 2019년 1505조원에서 2021년 1757조원, 2023년 1767조원으로 계속 증가했다는 것이다. 영업이익이 2023년 플러스(+) 31.6%, 2024년 상반기 +4.2% 등으로 개선됐지만 목표치를 낮춘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롯데쇼핑과 연결 자회사 등의 경영진이 업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해당 소비지표가 꾸준히 악화되고 있었음에도 개선될 것이라고 낙관한 점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결과적으로 목표치 하향 조정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내수 환경이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안 좋다. 그래서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를 맞추는 게 맞겠다고 판단해 정정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쇼핑이 목표 달성을 위해 제시한 핵심전략도 실질적인 성과가 나지 않은 가운데 별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핵심상권 마켓리더십 재구축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 △이커머스 사업 최적화&오카도 추진 △부진 사업부 턴어라운드 △동남아 비즈니스 확장 △리테일 테크 전문기업 전환을 핵심전략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번 IR데이에서 내세운 핵심전략의 경우 △마켓 리더십 강화 △그로서리 사업 가속화 △이커머스 사업 최적화 △자회사 턴어라운드 달성 △해외사업 강화 △리테일 테크 기업으로의 전환 등으로 작년과 유사했다.

한편 롯데쇼핑은 이날 유통업계 최초로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밸류업 공시에는 새롭게 강화하는 주주환원 정책과 롯데쇼핑의 중장기 사업 계획이 담겼다.

김상현 부회장은 “밸류업 전략을 추진해 중장기 실적 개선 목표를 달성하고 이를 통한 안정적인 배당지급과 주주환원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