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시대’를 연 신아일보가 창간 20주년(2023년)을 시작으로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매일 접하는 정치‧경제 이슈 주제에서 탈피, ‘문화콘텐츠’와 ‘경제산업’의 융합을 통한 유익하고도 혁신적인 칼럼 필진으로 구성했습니다.
필진들은 △전통과 현대문화 산업융합 △K-문화와 패션 산업융합 △복합전시와 경제 산업융합 △노무와 고용 산업융합 등을 주제로 매주 둘째, 셋째 금요일 인사동에 등단합니다. 이외 △취업혁신 △서민기업이란 관심 주제로 양념이 버무려질 예정입니다.
한주가 마무리 되는 금요일, 인사동을 걸으며 ‘문화와 산책하는’ 느낌으로 신아일보 ‘금요칼럼’를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 2일 경기도와 경기연구원은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는 경기도가 내년 주 4.5일제 시범 도입을 앞두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처음으로 마련한 자리다. 주 4.5일제는 김동연 지사가 민선 8기 도정 철학으로 내세운 ‘휴머노믹스’의 대표 공약으로 꼽힌다. 경기도 내 민간기업에서 노사 합의로 임금 삭감 없는 격주 주 4일제, 주 35시간제, 매주 금요일 반일 근무 중 하나를 선택하면 경기도에서 임금 단축분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주 52시간제에 대한 검증이 끝나지 않은 상황 하에서 주 4.5일제 도입에 대한 시범사업을 논한다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주 52시간제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2018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주 52시간제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분업이 생겨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하에 도입됐다.
그러나 주 52시간제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분야 국내 탑저널인 ‘경제학연구’에 게재된 2023년도 논문에 따르면, 주 52시간제는 전체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프랑스 사례의 경우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분야 세계 탑저널인 ‘정치경제저널’에 게재된 2002년도 논문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에서 39시간으로 단축한 프랑스의 경우 주당 근로시간 1시간 단축 시 고용이 2~4%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근로시간 단축이 부작용만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분야 세계 저명저널인 ‘일본 및 국제경제저널’에 게재된 2017년도 논문에 따르면,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 시 삶의 만족도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게 긍정 및 부정적 효과가 공존하는 주 52시간제를 논할 때 주목할 것은 자영업자는 제외된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는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장에 해당돼 주 52시간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도 주 52시간제로 인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제공하는 계절조정 취업자수를 활용해 자영업자수 변화를 살펴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수는 주 52시간제 시행 직전인 2018년 6월 166만명에서 2023년 12월 143만명으로 23만명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수는 397만명에서 424만명으로 27만명 늘었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자영업자의 질이 나빠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렇게 주 52시간제 시행 후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수가 줄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수가 는 것을 모두 주 52시간제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당시 최저임금도 크게 올라 자영업자수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일환으로 최저임금이 2018년 16.4%나 올랐다. 이는 현행과 같이 연단위로 최저임금을 적용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따라서 주 52시간제가 자영업자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 다양한 원인들에 의한 영향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필자가 속한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은 최근 주 52시간제가 자영업자에 미친 순 영향을 도출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수가 5만1000명 줄어든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수는 1만6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변화 패턴을 보이던 두 종류의 자영업자가 주 52시간제 시행 후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 52시간제 정책이 우리경제의 버팀목인 자영업자를 영세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주 4.5일제 도입을 검토할 것이 아니라 주 52시간제부터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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