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직 겸임하며 그룹 내 입지 다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연말 일제히 만료를 앞둔 가운데, 인선을 위한 경영 승계 레이스가 본격 개막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는 물론 대규모 상생금융 지원,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도 역대급 실적을 올리며 연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배임, 횡령 등 금융사고에 따른 내부통제 실패로 확률은 엇갈리고 있다. 은행장 연임 및 교체에 따라 증권사와 보험사, 카드사 등 비은행 계열사 CEO 인사가 이뤄지는 만큼 금융권 인사 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편집자주>
이승열 하나은행장 첫 임기가 연말 만료하는 가운데, 재임 중 ‘리딩뱅크’ 자리를 수성하며 경영 성과를 낸 데다, 굵직한 금융사고도 터지지 않아 내부통제 문제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회의를 열고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장에 대한 승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승열 행장은 지난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된 이후 나온 첫 외환은행 출신 하나은행장이다. 이 행장은 재임 기간 자산 관리와 글로벌, 연금사업 분야의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행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 하나은행은 당기순이익 3조4766억원을 거둬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2022년부터 이어진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이전까지 리딩뱅크는 신한·KB국민은행이 번갈아 차지했고 하나은행은 만년 3위였으나, 이 행장 취임 전후 선두로 치고 올라간 모양새다.
견고한 실적 바탕에는 기업대출 성장세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62조4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늘었다. 이는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대출성장과 함께 비이자이익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하나은행 비이자이익은 528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6.1% 불어났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2023년 생산성 분야에서 시중은행 중 1위(4억16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이 1조75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줄었다. 단 이는 1분기 홍콩H지수 ELS 사태 관련 손실 보상으로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결과라 선방한 편이라는 분위기다.
이 행장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여겨지는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해 ‘연금전문 1등 은행’을 자처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 퇴직연금비교공시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액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다. 구체적으로 올해 2분기말 기준 하나은행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36조1297억원으로, 이 행장 취임 직전인 2022년말(27조2638억원) 대비 8조8659억원 늘었다.
2분기말 하나은행 퇴직연금 DC형 수익률은 △원리금비보장상품 14.83% △원리금보장상품 3.85%로 기록,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시중은행 1위를 달성했다.
최근 은행권에 수백억원 규모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은행장 연임에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러나 이 행장 재임 중 하나은행은 굵직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지적도 없는 편이다.
이 행장은 하나금융그룹 내 입지도 단단하다. 이 행장은 올해 3월 하나금융 사내이사와 지주 미래성장전략부문장 겸 그룹브랜드부문장(부회장)에 선임됐다. 하나금융 사내이사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이 행장,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등 총 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