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4개 보험사의 CEO가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올해부터 지배구조 모범 관행에 의거해 임기 만료 3개월 전 승계 프로세스를 시작하게 되면서 예년보다 일찍 대표 연임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모였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 등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통합 신한라이프의 개국공신으로 불리는 이영종 대표는 신한지주 전략기획팀 본부장과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 부사장을 지내며 오렌지라이프 인수 실무를 담당한 바 있다. 그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변화하는 업계에서 보장성 보험 중심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실적을 개선하고 해외·시니어 사업 확대 등 지속가능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점으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환주 대표도 2022년 KB생명보험 대표로 2년여간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통합을 이끈 바 있다. 그 결과 지난해 통합 KB라이프생명이 출범했다. 이 대표는 조직 안정화와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그는 2016년 KB손해보험이 설립한 금융권 최초 요양 사업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를 자회사로 편입해 국내 생보사 중 가장 먼저 요양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강병관 대표는 삼성화재 투자관리파트 부장으로 있다 2022년 5월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인수추진단장 겸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신한금융에 영입됐다. 인수 이후 신한EZ손해보험이 새롭게 출범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표에 올랐다. 그는 초대 대표로서 디지털 기반을 잘 닦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신한EZ손보가 출범 이후 줄곧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연임 가능성은 안갯속이다.
윤해진 대표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 신탁부문장 부행장직을 거쳐 농협생명 대표로 선임됐다. 중앙회 소속 임원이 지주를 거치지 않고 은행을 잠시 거쳤다가 생명 CEO에 오른 것은 처음이라 파격 인사로 주목받은 바 있다. 그는 재무건전성 재고에 성공하고 보장성 보험 확대를 기반으로 실적 개선까지 이끌었지만 농협금융이 2년 임기 관행을 고수하고 있어 연임 가능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한국금융연구소는 국내 보험사 CEO들의 재임 기간이 2~3년으로 짧고 충분히 보장되지 않아 단기간 내 외향적 실적에만 치중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계 보험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CEO의 임기가 긴 편이다. 최근 조지은 라이나생명 대표(2연임), 이재원 푸본현대생명 대표(4연임),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대표(3연임) 등이 연임을 확정했다.
보험업 특성상 상품계약이 장기이고 판매채널 인프라와 보상서비스망 등의 구축·정착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돼 단기간 내 경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한국금융연구소의 설명이다.
이에 한국금융연구소 관계자는 "CEO의 재직 연수가 늘어날수록 수익성과 기업가치, 재무건전성 지표가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내 보험사도 경영진의 장기재임 기회를 부여해 일관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전략 방향을 설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