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차남 허희수, 던킨·배스킨라빈스 올드한 이미지 벗고 프리미엄·AI로 혁신
프리미엄 버거 ‘파이브가이즈’, 올해 국내 진출 30주년을 맞은 도넛 ‘던킨’과 인기 아이스크림 ‘배스킨라빈스’의 공통점은 대기업 막내아들들이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파이브가이즈는 한화그룹 삼남 김동선 부사장, 던킨과 배스킨라빈스는 SPC그룹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중책을 맡고 있다. 브랜드 확장과 고도화를 위한 행사 때마다 얼굴을 비추고 직접 설명도 하는 등 외식사업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모습이다.
◇기대 이상의 성과…日 버거시장 진출 채비
미국 3대 버거 브랜드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서 운영하는 한화그룹 계열의 에프지코리아는 최근 경기 판교에 5호점을 냈다. 서울 외 지역에 출점한 첫 번째 매장이라는 면에서 상징성이 크다. 2년여 전 재계 7위(공정거래위원회 2024년 기준)의 한화라는 재벌이 햄버거 사업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업계에선 과연 잘될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과 의문이 뒤섞였던 게 사실이었다. 고물가 속 부담되는 가격대와 함께 트렌드가 급변하는 국내 외식사업 특성상 지속성을 담보하기 힘든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롯데리아·맘스터치 등 오랫동안 대중성을 확보한 버거 브랜드들과의 경쟁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론칭 1년 여간 서울 강남권(강남점·여의도점·고속터미널점)과 강북권(서울역점)에 출점을 지속하면서 사업과 인지도를 꾸준히 키워왔다.
파이브가이즈의 확장은 김동선 부사장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부사장은 2022년 10월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과 한국사업 추진을 위한 약정을 맺었다. 김 부사장은 당시 갤러리아 신사업전략실을 총괄하면서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도입을 이끌었는데 본인에게는 첫 신사업이라 의미가 컸다. 그는 파이브가이즈 사업을 주도하면서 2027년까지 국내 15곳 이상의 파이브가이즈 깃발을 꽂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론칭 1년여 만에 목표 수치의 1/3을 달성한 셈이다.
김 부사장은 국내 론칭 전 직접 홍콩으로 건너가 현지 파이브가이즈 매장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햄버거 조리부터 현장 서비스까지 직접 배우고 체험하는 등 ‘솔선수범’하며 열의를 보였다. 이어 지난해 6월 오픈한 1호점 강남점과 2호점 여의도점은 물론 지난 6월 1주년 론칭 행사 등에 잇달아 참석하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그의 깊은 애정만큼이나 막 문을 연 판교점을 제외한 국내 매장 4곳이 글로벌 파이브가이즈 매장 매출 톱(Top)10에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에 운영되는 파이브가이즈 매장은 1800여곳을 웃돈다.
김 부사장은 이제 국내에 이어 일본까지 넘본다. 최근 파이브가이즈 글로벌 본사와 일본 진출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단기간 기대 이상으로 한국에서 성과를 낸 점을 본사가 높이 평가한 것이다. 에프지코리아는 내년 하반기 일본 파이브가이즈 1호점 출점을 목표로 향후 7년간 일본 전역에 매장 20개 이상을 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김 부사장은 “일본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신규시장 개척에 나서 한국이 파이브가이즈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프리미엄 버거시장 시발점 '쉐이크쉑' 도입
허희수 SPC 부사장의 행보도 무척 활발하다. 허 부사장은 프리미엄 버거 대중화에 기여한 ‘쉐이크쉑’의 국내 도입을 주도했다. 쉐이크쉑도 미국 3대 버거 중 하나다. 허 부사장이 5년 여간 삼고초려 끝에 2016년 서울 강남에 첫 매장을 쉐이크쉑은 최근 오픈한 대구신세계점까지 총 2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1호 강남점은 한 때 전 세계 쉐이크쉑 매장들 중 최대 매출을 올리면서 국내 프리미엄 버거시장 파이를 키우는 ‘시발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성과는 이후 SPC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쉐이크쉑 사업 운영권을 따낸 발판이 됐다. 싱가포르에선 10곳, 말레이시아는 올 4월 첫 매장을 출점했다. 허 부사장의 안목이 고스란히 국내는 물론 글로벌 사업 확장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허 부사장은 최근 들어 던킨과 배스킨라빈스를 ‘혁신’에 방점을 찍고 브랜드 고도화에 속도를 냈다. 던킨과 배스킨라빈스는 각각 도넛, 아이스크림 전문점 업계를 주도하는 가장 높은 인지도의 브랜드다. 던킨은 올해 한국 진출 30주년, 배스킨라빈스는 내후년이 40주년일 정도로 역사가 깊다. 한편으로는 트렌드 변화가 워낙 빠른 국내 디저트 시장에서 ‘올드(Old)하다’라는 일부 시각도 존재한다.
던킨은 프리미엄화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공개한 플래그십 스토어 ‘던킨 원더스 청담’이 대표적이다. 프리미엄 콘셉트 ‘원더스(Wonders)’를 적용한 이 매장은 트렌디한 공간에서 특별하고 이색적인 경험을 중요시하는 2539세대를 타깃으로 했다. 밀가루 등 원재료 고급화를 통해 프리미엄 도넛 라인업을 크게 늘리는 한편 테이스팅 노트를 비치해 취향에 따라 도넛을 추천하며 차별화했다.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이색 레시피도 선보인다. 허 부사장은 론칭 행사에서 “던킨이 고객들에게 새로움과 놀라움을 주는 브랜드로 다시 한 번 도약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배스킨라빈스 혁신의 키워드는 AI다. 올 2월 AI 기반의 R&D(연구개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 매장을 선보이며 첨단 IT 기술을 접목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으로 진화했다. 특히 신제품 아이디어 구상과 함께 생성형 AI로 제품 비주얼을 그려내는 ‘배스킨라빈스 AI NPD 시스템’을 적용했다. 7월에는 구글의 최신 인공지능 ‘제미나이(Gemini)’를 활용한 ‘트로피컬 썸머 플레이’를 선보였다. 구글플레이 4가지 로고 색상에 어울리는 원료를 질답(질문과 답변)하는 형식으로 여름시즌 인기 검색 키워드를 반영하고 배스킨라빈스만의 방식으로 조합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