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건설 집회③] "노동자 뒷전" vs "무리한 요구"…갈등 유발 상반 논리
[다시 시작된 건설 집회③] "노동자 뒷전" vs "무리한 요구"…갈등 유발 상반 논리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4.09.12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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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불법 고용 근절'·'최저가 낙찰 중단' 외치며 곳곳서 집회
원청사 "우리 책임 아닌데…집단 이기주의·보여주기식 행태" 비판
서로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합의점 못 찾아 충돌하는 노사
지난 6일 서울시 중구 한 원청 건설사 본사 앞에서 집회 중인 민주노총 서울경기타워크레인지부 조합원들. (사진=천동환 기자)
지난 6일 서울시 중구 한 원청 건설사 본사 앞에서 집회 중인 민주노총 서울경기타워크레인지부 조합원들. (사진=천동환 기자)

한동안 조용하던 건설 노동자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는 모습이다. 집회를 바라보는 노동자와 건설사의 시각은 상반된다. 노동자는 마땅한 권리를 찾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동이라 하고 건설사는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는 이기적인 행위라고 한다. 최근 진행된 몇몇 건설 집회를 통해 노동자와 건설사가 어떤 어려움과 갈등을 겪고 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노조는 건설사가 이익만 생각하고 노동자를 뒷전에 둔다고 비판하고 건설사는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계속한다고 비판한다. 건설노조가 최근 불법 고용 근절과 최저가 낙찰 중단을 외치며 건설 현장과 건설사 본사를 가리지 않고 집회를 이어가는 가운데 원청 건설사들은 노조가 집단 이기주의로 보여주기식 행태를 보인다고 하소연한다. 노조와 건설사는 서로가 놓인 상황을 일정 부분 이해한다면서도 합의점은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 네 탓 공방과 일자리 쟁탈전

12일 서울경찰청과 경기북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다수 수도권 건설 현장과 건설사 사옥 주변에서 노동조합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노조는 주로 불법 고용 근절과 최저가 낙찰 중단이라는 명목으로 집회를 열고 있다. 불법 고용 근절의 실질적인 요구 사항은 고용허가제에 근거해 내국인을 우선 채용하고 외국인 노동자 불법 채용을 멈추라는 것이다. 

최저가 낙찰 중단은 원청사가 하도급사와 계약할 때 입찰 최저가가 아닌 적정 공사 금액을 적용하라는 요구다. 입찰 최저가로 계약이 이뤄지면 건설 노동자가 임금 축소 압력을 받고 내국인 노동자가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뺏긴다는 우려 때문이다. 

타워크레인 노조도 최저가 낙찰 중단을 요구하는데 타워크레인 임대사가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노동조합 소속 기사 채용을 꺼리는 데 이유가 있다. 임대사가 원청사로부터 받는 타워크레인 임대료가 낮을수록 저임금 비(非)노조 타워크레인 기사를 쓰려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건설노조는 건설사들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안전과 노동자 처우 개선을 뒷전에 놨다고 비판한다. 

민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지부 관계자 이씨(가명)는 "건설사에 그렇게(적정 임대료를 주라고) 얘기를 하는데 쉽지가 않다"며 "대통령령으로 나와 있는데 권고 사항인 거지 지키지 않을 때는 제재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원청 건설사들은 노조야말로 이기적이고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A 건설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참 답답하다"며 "우리가 돈을 (타워크레인) 임대사업자에게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입찰이라는 게 높은 가격 써낸 업체를 쓸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B 건설 관계자는 "(노조 요구는) 원청 건설사가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협의해 주는 건설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그런 사례가 있다면 노조가 선전, 선동에 활용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대구경북건설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시 서초구의 한 원청 건설사 본사 주변에서 집회하고 있다. (사진=대경건설지부)
민주노총 대구경북건설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시 서초구의 한 원청 건설사 본사 주변에서 집회하고 있다. (사진=대경건설지부)

◇ 정부 태도·건설 경기 따라 다른 양상

건설사들은 정부의 건설 현장 부당 행위 단속이 느슨한 틈을 타 노조의 집회가 다시 성행한다고 해석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월 원희룡 전 장관 주도로 '건설 현장 불법·부당 행위 근절 대책'을 마련해 채용 강요, 금품 강요 등 노조의 불법·부당 행위를 강도 높게 단속했다.

C 건설 관계자는 "국토부가 그렇게(불법·부당 행위 단속) 해서 1년인가 잠잠했는데 노조가 다시 요청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우리 회사도 (요구를) 좀 들어주고 하는데 한 번 하면 또 '더 늘려달라' 쪽으로 해서 자꾸 집회 신고를 하고 그러더라"라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윤석열 정부 들어 노조에 대한 압박이 심해진 것은 맞지만 한동안 집회가 잠잠했던 건 건설경기 악화로 집회할 현장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소속 타워크레인지부 관계자 김씨(가명)는 "원희룡 전 장관 시절에 건설 경기가 안 좋아져 투쟁할 현장 자체가 별로 없었다"며 "최근에 건설 현장이 점점 늘어나면서 고용을 요구할 현장도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노조와 건설사는 표면적으로 충돌을 이어가지만 서로가 처한 상황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한쪽의 이익을 늘리면 다른 한쪽의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 때문에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C 건설 관계자는 "다들 어려운데 노조가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뭐냐면 그만큼 현장도 많이 없고 착공할 현장이 많이 없어서 그렇다고 볼 수 있다"며 "십분 이해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타워크레인지부 관계자 이씨는 "타워크레인 임대사가 '우리도 살아야 할 것 아니야'라고 한다"며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끝>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