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송강호·하정우·강동원 대작 3편, 올해 황정민 '베테랑2'만 개봉
코로나 이후 OTT 득세, 불황에 따른 제작비 부담, 낮은 수익성 이유
영화관 업계에 명절 특수가 사라진 모습이다. 다가오는 추석에도 굵직한 대작들은 잘 보이지 않을뿐더러 그간 관행처럼 해왔던 할인 프로모션도 눈에 띄지 않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영화관 빅(Big)3는 올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별다른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작년 추석만 하더라도 ‘한가위 대작 특가(CGV)’, ‘추석에 롯시 어텀(롯데시네마)’, ‘만원의행복(메가박스)’ 등 할인 이벤트를 선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올 추석 대목 대작으로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정도만 보인다. 13일에 개봉하는 베테랑2는 국내에서 13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1000만 영화 ‘베테랑’(2015년)의 속편이다.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서도철 형사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박선우 형사가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1억 관객 배우’ 황정민과 톱스타 정해인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면서 검증된 인기영화 속편이다보니 올해 한국영화 라인업에서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이 영화는 앞서 5월 ‘제7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돼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베테랑2’는 오후 5시 현재 75.8%의 예매율로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예매관객수는 52만778명이다. 특이한 점은 개봉일을 금요일로 택한 것이다. 영화계 관행처럼 굳어진 수요일 개봉 공식을 깬 것이다. 이는 개봉 초기 흥행 흐름을 끊지 않고 14일부터 닷새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 기간 관객몰이를 이어 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지난해 추석 연휴 때 송강호 주연의 ‘거미집’, 하정우 주연의 ‘1947 보스톤’, 강동원 주연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등 3편이 추석 연휴에 나란히 개봉해 맞대결을 벌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추석 대작은 ‘가뭄’ 수준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Over The Top, 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득세로 영화관 업계 침체가 장기화 되고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텐트폴(투자 배급사에 한해 경영 성과를 좌우하는 대작)’ 영화들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과 연관이 깊다.
또한 영화관 대목 할인 이벤트가 사라진 이유는 실적 침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업계 1위 CGV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약 27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개선되긴 했으나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 470억원과 비교하면 상당히 아쉬운 수준이다.
대신 영화관 빅3는 추석 연휴 기간 전후로 할인 이벤트 대신 특별 상영관 등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방향으로 바꿨다.
CGV는 리클라이닝 침대 상영관 템퍼시네마에서 ‘베테랑2’, ‘빅토리’ 등 영화 2편을 연달아 즐기는 밤샘 무비파티 ‘올무비나잇 with 템퍼시네마’ 2탄을 개최한다. 롯데시네마는 댓글로 소원을 빌고 엘포인트(L.POINT)를 사용해 영화 관람 또는 스위트샵(매점)에서 구매한 회원에겐 엘포인트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메가박스는 ‘인사이드 아웃’, ‘주토피아’ 등의 인기 애니메이션 기획전을 연다.
영화관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성수기, 비수기 경계가 많이 허물어지면서 명절 특수는 사실상 사라져 예전처럼 대목을 누리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