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M&A로 글로벌 스페셜티·친환경 소재 '체질 개선'
"다시 태어나는 변화의 원년"…내달 창립기념일 비전 공개
‘큐원’ 설탕, ‘상쾌환’ 숙취해소제 등으로 친숙한 삼양사는 올해가 창립 100주년으로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상징적인 해다. 내달에는 삼양그룹 창립기념일(10월1일)에 맞춰 100주년 기념행사가 마련된다. 이 자리에서 그룹의 비전과 방향성을 담은 새로운 목표가 소개될 예정이다.
삼양그룹은 삼양사를 주력으로 식품·화학·의약 부문에서 ‘스페셜티(Specialty·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너인 김윤 회장은 이에 발맞춰 대내외에 ‘변화와 혁신’을 지속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100년을 위한 삼양그룹의 경영 나침반이 어떤 곳을 가리킬지 업계 안팎으로 관심이 크다.
◇주력 삼양사, 제당 빅3 및 대체감미료 최대 사업자
삼양하면 ‘불닭볶음면’으로 K라면 대세가 된 삼양식품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삼양사와는 전혀 별개의 회사다. 역사와 규모 차이도 크다. 삼양사는 1924년 설립된 기업형 농장 ‘삼수사’가 전신이다. 반면에 삼양식품은 1961년 설립됐다. 삼양사를 주력으로 하는 삼양그룹은 공정자산총액 기준 약 7조원 규모의 재계 65위(공정거래위원회 2024년) 대기업이다. 지주사인 삼양홀딩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2000억원을 웃돈다. 반면에 삼양식품 매출액은 약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식품을 주력으로 100년 역사를 가진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올해는 삼양사와 함께 참이슬, 테라 등을 생산하는 주류기업 하이트진로가 창사 100주년을 맞았다. 삼양사는 일반 식품기업처럼 B2C(기업 대 소비자) 개별 브랜드로 성장했다기보다 설탕 등 제당사업을 앞세운 B2B(기업 간 거래) 사업으로 컸다. 실제 삼양사는 국내 제당시장 빅(Big)3이자 건강 트렌드 확산으로 각광받고 있는 대체 감미료 ‘알룰로스’ 국내 최대 사업자다.
◇알룰로스·생분해성 봉합사 '미래 먹거리'
삼양그룹 핵심사업은 식품과 화학이다. 그룹 지주사 삼양홀딩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기준 식품 비중은 47.2%, 화학은 43.6%다. 그룹은 제당을 근간으로 성장하다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PET(페트) 용기, 퍼스널케어용 폴리머 등의 화학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현재 식품에선 알룰로스 등의 대체감미료, 화학은 친환경·반도체 소재, 즉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와 PC(폴리카보네이트)컴파운드가 화두다. 최근 들어 공을 들이는 의약부문은 생분해성 봉합사, 유전자 치료제 약물전달 기술 ‘mSENS’ 등이 미래 먹거리다.
재도약 키워드 역시 ‘스페셜티’다. 그룹은 지난해 미국의 스페셜티 케미컬 소재 기업 ‘버든트(Verdant)’를 인수하고 동유럽 중심지 헝가리에는 생분해성 봉합사 공장을 준공하는 등 글로벌 스페셜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채비를 갖췄다. 버든트는 유니레버, 로레알 등에 샴푸·섬유유연제를 비롯한 퍼스널 케어용 계면활성제를 공급하는 업체다. 봉합사는 수술용 실이다. 앞서 2021년에는 반도체 소재 기업 엔씨켐을 인수했다.
또한 지난 4일에는 경북 울산에 연간 생산량 2만5000여t 규모의 국내 최대 알룰로스 생산기지를 준공했다. 버든트 인수(약 3300억원), 알룰로스 공장 준공(1400억원)에만 5000억원에 가까운 막대한 투자가 단행됐다. 삼양사의 작년 연결기준 영업이익(1132억원)의 4배 이상이 투입된 셈이다.
오너 김윤 회장은 100주년을 맞은 올해 초 시무식에서 ‘새로운(New) 삼양’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를 새로운 삼양으로 다시 태어나는 변화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며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첫 해인만큼 반드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각오로 임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스페셜티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 △캐시플로우 경영 강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등 3대 핵심 경영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스페셜티 사업 비중 제고와 수익성 경영을 강력히 주문한 것이다.
◇올 들어 수익성 제고 '성과'
김 회장의 바람대로 올 들어 삼양그룹의 성적표는 준수하다. 삼양홀딩스 사업보고서 기준 올해 상반기 식품사업 매출액은 809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09%, 화학사업은 9046억원으로 같은 기간 19.7% 각각 증가했다. 의약을 비롯한 기타사업 매출액은 10.6% 성장한 1773억원이다. 영업이익은 두 배에 가까운 899억원의 흑자를 냈다. 순이익도 39.8% 늘어난 839억원이다. 김 회장은 최근 판교 본사(삼양디스커버리센터)에서 열린 조회에서 올 상반기 실적을 두고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어 “10월에 그룹의 새로운 목표 체계를 소개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올해는 회사 100주년은 물론 김윤 회장의 취임 20주년이기도 하다. ‘뉴 삼양’의 목표 체계는 김 회장이 누차 강조한 변화와 혁신, 기업가치 제고 등에 대해 향후 어떤 틀을 잡을지를 역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앞서 2016년 ‘비전 2020’을, 2021년에는 ‘비전 2025’를 발표했다. 각각 ‘2020년 매출 5조원 달성’, ‘2025년 매출 5조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특히 비전 2025의 핵심은 ‘헬스 앤 웰니스(Health&Wellness)’와 ‘글로벌 스페셜티’ 사업 전환이었다. 수치만 보면 목표 달성은 실패했으나 체질 개선 면에서는 일정 수준 성과를 냈다. 이런 면에서 뉴 삼양의 비전은 2030년을 목표로 헬스 앤 웰니스, 글로벌 스페셜티 사업 고도화를 근간으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겠다는 의지가 담길 가능성이 크다. 김 회장은 스페셜티 사업 비중을 현재 20%대에서 2030년까지 4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즉 고부가가치 사업의 안정화가 삼양그룹 미래 성장의 관건이다.
삼양홀딩스는 또 100주년에 맞춰 사명, 기업 로고 등의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창립기념행사라는 점에서 새로운 사명, 기업 로고 공개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지난 1월에 ‘100주년 기념로고’가 소개된 바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10월1일 열리는 창립기념행사에서 그룹 목표 체계(기업 미션)를 새로 정립해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