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공급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정부가 대출 규제의 칼을 빼 들었다. 9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시행되고 있는데 금융감독원장의 구두 경고 이후 은행별로 개별적인 대출 억제 대책까지 시행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최장대출기한 30년으로 축소, 생활 안정 자금 주택담보대출 한도 1억원으로 제한, 신규 마이너스 통장 한도 5000만원 제한 등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다주택자 생활 안정 자금 주택담보대출 한도 1억원 제한, 갭 투자 용도 전세대출 취급 금지, 임대인(매수자)이 소유권 이전, 선순위 채권 말소 등 조건이 붙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단, 유주택자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하고 있다.
당연히 현장에서는 실수요자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은행 가서 전세대출 자서(서류 작성)까지 마쳤음에도 갑자기 대출이 안 나온다는 통보를 받고 발을 동동 구르는가 하면 올해 11월 입주를 앞둔 1만2000여 세대의 '올림픽파크 포레온' 아파트 현장에서는 전세를 구하려는 세입자들과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려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폭주했다고 한다.
유주택자의 대출을 막으면서, 매매 잔금일과 전세 잔금일이 같으면 전세대출까지 막으면서 발생한 문제인데 사태가 심각해지자 은행들은 일반분양자들이 잔금을 치고 등기를 이전한다고 해서 소유권이 새롭게 바뀌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아 전세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을 하고 있지만 불안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감원장이 다시 실수요자들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라는 주문을 했다고 전해지는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8797건으로 2020년 7월 1만1170건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5대 시중은행의 8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9조6259억원,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8조9115억원으로 은행이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하니 집값과 대출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지만 너무나 급격한 정책 변화는 시장의 불안을 야기시킨다는 점에서 차라리 7월에 스트레스 DSR 2단계를 계획처럼 진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이미 대출 규제는 시작됐고 욕을 먹더라도 집값을 안정시키면 다행인데 과연 잡을 수 있을까? 8월에 발표한 KDI(한국개발연구원)의 가계대출 규제영향분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부동산 대출 규제 효과는 길어야 6개월이라는 다소 냉정한 평가를 하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여도 시장에 강력한 수요가 존재하면 대출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많은 수요 억제 대책이 나왔음에도 집값이 올랐던 것은 무릎에서 어깨 넘어 올라가는 과정에서 강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문재인 정부 시절과 달리 집값이 여전히 고평가 상태에서 5월부터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에 갑작스러운 정책 방향 전환 충격까지 더해져 집값 하락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승세를 막는 브레이크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공은 시장으로 넘어왔다. 추석 이후 집값이 흐름의 향배에 따라 더 강한 규제 몽둥이가 나올지, 금리 인하의 달콤한 사탕이 나올지 결정될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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