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첫 정기국회도 역시나 시작부터 아수라장이었다. 여야 교섭단체대표연설이 서로간 대립각만 세우는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협치'의 불씨는 켜지기도 전에 꺼지는 모양새다. 지난 1일 11년 만의 여야 대표 회담으로 협치의 물꼬를 튼 지 일주일도 안 돼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22대 국회 첫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대통령' 49회, '위기' 24회, '헌법'을 23회 언급하며 고삐를 잡았다. 박 원내대표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할 때마다 의석에서는 찬반이 엇갈린 고성이 터져 나왔다.
박 원내대표의 "우리나라 국가채무와 가계 빚의 총합이 사상 최대치인 3000조를 넘어섰다"는 윤 정부를 향한 질타에 여당은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 문재인 정부잖아"라고 쏘아붙였다. 또한 여당은 "협치하겠다면서 뭐하는 거냐", "협치를 포기한 거냐"를 외치며 거듭 반발했다.
그 다음 날 교섭단체대표연설에 나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쟁'을 12회, '이재명'을 6회 언급하며 약 51분간 연설을 이어갔다.
특히 추 원내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자 야당 의석에서는 "그럼 너네가 총선에서 이기지"라는 막말이 국회 본회의장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리기도 했다. 이 밖에도 야당은 "헛소리 말라" "연설 수준이 뭐 이러나"라며 현장에서 항의를 이어갔다.
급기야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지에 나서야 할 정도였다. 우 의장은 "의견이 달라도 경청해달라"면서 "어제(박 원내대표 연설)도 그랬다"는 민주당의 반발에는 "그렇다고 매일 그럴 수는 없는 것"이라고 달래기도 했다.
국민은 여야가 극명히 대립하는 광경을 이틀간 지켜봐야 했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그토록 전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던 것은 하루라도 빨리 여야가 협치를 통해 민생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바랐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런데 "정쟁은 멈추고 협치하자"고 외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이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협치는커녕 여야 대표 회담이 오히려 갈등의 증폭제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낳고 있다.
100일간의 정기국회 기간에 들어선 국회 도처에는 여야간 충돌 포인트들이 산적하다. 여야가 하루빨리 협치를 흉내만 내는 옹졸함에서 벗어나야 정기국회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