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격적인 인공지능(AI)시대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방식의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대규모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s, LLM)을 이용한 생성형 AI 기술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문장과 그 맥락을 이해하고 실세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하고 있으며 어느정도 물리 법칙까지 학습했다. 이제 생성형 AI는 콘텐츠 제작, 엔터테인먼트, 교육은 물론이고 각종 서비스와 비지니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컴퍼니의 조사에 따르면, 1300개 이상의 기업 중 65%가 현재 생성형 AI를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2배나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AI 기술을 오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점점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는 제대로 사용되지 않으면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고 소외된 집단에 대한 편견도 커질 수 있다.
최근 퇴임한 교수님께서 평소 즐겨다니시던 곰탕집을 이제는 안간다고 했다. 왜 안가냐고 물었더니 키오스크 때문이라고 한다. 맛있는 음식을 기계로 주문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집은 맛도 좋지만 친절하게 주문을 받아 주는 정감어린 식당이라 좋았는데, 이제 그 맛을 느낄수가 없어서 안간다. 이런 키오스크 거부감은 AI 플랫폼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최근 플랫폼과 AI시대에 데이터로 전락한 인간들의 모습을 조명하는 연극(‘자본3: 플랫폼과 데이터’)도 등장했다. 연극은 배달 플랫폼 기업 아우토반이 만든 AI 플랫폼에서 비인간적 처우를 받는 라이더들의 모습을 그린다. 아우토반은 수익을 높이기 위해 라이더들을 위험에 몰아넣고 사고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주인공은 프로그래머를 꿈꿨던 배달 라이더다. 그의 친구는 소시지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졌다.
연극은 플랫폼 시대에 소외되는 인간들을 그린다. 인간의 표정에서 감정을 읽을 수 있는 AI는 소시지 공장 사고로 죽은 친구의 얼굴 감정과 유사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을 세계 곳곳에서 찾아낸다. “친구의 감정과 유사한 얼굴들입니다. 챗GPT를 위한 데이터 라벨러로 일하는 사람들, 로스앤젤레스에서 우버로 운전하는 사람들, 뉴욕에서 포스트 메이츠로 배달하는 사람들...”
두산백과에 따르면 '소외(疏外, alienation)' 혹은 일반적으로 '인간 소외'라고 하는 개념은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 노동 및 노동의 산물 또는 자아로부터 멀어지거나 분리되는 것을 가리킨다. 인간 소외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은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된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르러 본격화됐다.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조지은 교수는 저서 ‘미래 언어가 온다’에서 “AI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 21세기의 문맹자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미래 언어’는 AI와 협력해 문화와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이 미래 언어의 도래가 단순한 학문의 영역을 넘어 경제, 경영, 그리고 사회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측한다. 미래 언어를 모르면 점차 의사소통에서 소외돼 급변하는 직업 생태계에서 도태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제 AI가 지배하는 언어의 세계에서 소외되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AI 플랫폼 시대가 더욱 발전할수록 인간의 소외는 점점 깊어질 전망이다.
/ 안병익 식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