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쇼크' 구영배 합병 카드에 전문가 "과거 영광에 취했다"
'티메프 쇼크' 구영배 합병 카드에 전문가 "과거 영광에 취했다"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4.08.0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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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위한 신규법인 설립 신청…대금정산 대신 지분 제공
"신뢰가 없는 비정상적 관계에선 구현될 수 없는 선택지"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 1일 검찰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검찰 관계자들과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 1일 검찰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검찰 관계자들과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핵심인물인 구영배 큐텐 대표가 티메프 합병 추진을 공식화했다. 특히 티메프로부터 판매대금을 정산 받지 못한 판매자들을 주주로 내세우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과거 영광에만 취해 있다”는 일침이 나왔다.

큐텐은 지난 8일 티메프 합병을 위한 플랫폼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 신규법인 설립을 신청했다고 9일 밝혔다. 이와 함께 1차로 설립자본금 9억9999만9900원(10억원-100원)을 출자한다고 부연했다.

큐텐은 우선 티메프 보유지분을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받아 100% 감자(자본 감소)한다. 구영배 대표는 본인이 갖고 있는 큐텐 전 지분(38%)을 합병법인에 백지신탁(자신 재산의 관리·처분을 제3자에게 맡기는 것)한다.

특히 큐텐은 합병법인에 판매자들을 주주조합 형태로 참여시킨다는 구상이다. 판매자들이 1대 주주로 이사회와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게 골자다. 큐텐은 이를 위해 9일부터 티메프 판매자를 대상으로 미정산대금의 CB(전환사채) 전환 의향서 접수를 시작했다. 큐텐은 이달 말까지 모집한 판매자들로 1호 주주조합을 결성한 후 법원에 합병승인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큐텐은 KCCW를 중심으로 신속히 사업을 정상화하고 자본 유치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완전한 피해 복구를 위한 결정이라는 게 큐텐의 설명이다.

구영배 대표는 “티몬이나 위메프를 매각해선 피해 복구가 어렵다”면서 “양사를 합병하면 사업 규모가 국내 4위로 상승한다. 제 지분을 피해 복구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합병을 통해 과감하게 비용을 축소하고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신속하게 사업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기업 가치를 되살려야 투자나 M&A도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방안이 제시되자 업계 안팎에서는 구영배 대표가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한 채 본인이 원하는 ‘큐익스프레스 상장’만 쫓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크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설법인을 통한 합병은 미국 등에서 많이 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건 정상적인 관계에서 (추진이) 가능하다”면서 “(티메프의 경우) 구현되기 힘들다. 돈을 뜯겼는데 그 돈을 자본금으로 한 주식을 갖고 싶겠나”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한 “이미 400억원을 유용한 범죄자인데 끝까지 돈을 안 주겠다는 것으로 읽힌다”며 “12년 전 이커머스 초창기에 레버리징(타인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사용해 자기의 이익을 높인다는 의미의 경제용어)으로 성공했던 경험에 취해 당시 습관대로 사업을 하려는 건데 성장이 둔화되는 현 시장구조에서 과거와 동일한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ksh333@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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