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티메프 사태 불똥 튄 카드사
[기자수첩] 티메프 사태 불똥 튄 카드사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4.08.0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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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 불똥이 카드업계로까지 튀는 모양새다. 티메프 결제대행을 맡았던 전자결제지급대행사(PG사)는 물론 금융당국까지 카드사 책임 분담을 언급하면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PG업계와 카드업계는 티메프 소비자 대상 환불 요청을 받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KG이니시스, NICE페이먼츠 등 티메프와 계약을 맺은 11개 PG사들은 결제취소 신청 절차를 지난달 31일부터 재개했다.

PG사는 온라인 결제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업체다. 티메프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물품 구매 시 결제대금은 소비자→카드사→PG사→플랫폼→입점 업체 순으로 이동한다. 

소비자 신용카드 결제대금 납부는 한 달 뒤에 이뤄지므로, 카드사는 PG사 신용을 기반으로 결제대금을 우선 정산한다. PG사는 이 대금을 티메프에 전달하고 티메프는 입점 업체에 정산해 준다. 

반대로 결제취소나 환불 시 PG사가 일단 결제대금을 소비자에게 되돌려주고 티메프에게 받는 구조다. 그런데 티메프가 기업회생신청을 하면서 PG사가 환불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없게 돼 피해 규모가 커졌다. 티메프 사태로 PG업계가 떠안을 손실은 1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이에 PG업계는 손실 부담을 카드사와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PG사들은 카드사가 티메프에서 받는 가맹점 수수료는 2% 수준인 반면 PG사가 받는 결제 정산 수수료는 0.02~0.05%로 낮아 책임 분담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에 카드사가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즈니스 신뢰도가 높은 카드사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소비자와 판매자 보호에 나설 수 있도록 카드사를 독려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냉정히 들여다보면 카드사들은 이번 사태와 연관이 없다. 카드사는 PG사와 계약을 맺고 결제 수단 역할에 머물러 있을 뿐, 티메프 등 업체와는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PG사가 신용카드사와 맺은 계약에 따르면, PG사의 하위가맹점에 문제가 생기면 PG사가 책임을 부담하게 돼 있다.

즉 카드사가 책임을 분담해야 할 법적 근거나 계약상 조항이 전혀 없음에도 압박을 당한 셈이다. 티메프 결제·정산 과정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비판 일부가 카드사로 향하자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여기에 편승한 모양새다.

결국 만만한 카드사가 또 매를 맞는 꼴이다. 그동안 카드업계는 업황과 수익구조 악화에도 14차례 연속 가맹점수수료 인하 폭탄을 떠안았는데 이번에도 과거가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카드사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과 책임 분담 등 채찍만 들기보다는 본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개선 등 당근책도 함께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