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로 예(禮)를 갖추다
차(茶)로 예(禮)를 갖추다
  • 문경림기자
  • 승인 2010.09.1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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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 차례상에 차(茶) 올리면 어떨까요"

차례상에 술 대신 차(茶)를 올리는 종가가 있다.

나주나씨 송도공파 나천정(羅天鼎·1649~1713)종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나씨 종가 12대 종손인 나상면(羅相冕,58)씨는 10여년 전부터 직접 야생차밭을 일궈 만든 차로 추석 차례는 물론 종가의 모든 제례에 술 대신 쓰고 있다.

나씨는 의례물로 차 뿐만 아니라 찻잎으로 만든 송편과 찻잎, 적 등 차 음식으로 차례상을 차린다.

언제부턴가 차례(茶禮)에 차는 밀려나고 그 자리를 술이 대신하고 있다.

유교식 제례의식을 따르는 가정이 많아 차례상에 술을 올리는 일이 일상화된 것이다.

예로부터 차(茶)는 귀한 음식이었다.

차마고도(茶馬古道)에선 말과 교환될 정도로 귀한 마실거리로 대접 받았다.

차례를 '차를 올리는 예식'이라 높여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례상에 차례는 '차(茶)로 예(禮)를 갖추다'라는 의미다.

원래대로 술 대신 차가 올라가는 게 맞는 예법일 수 있다.

실제 조선 중기 문신·학자인 김장생(1548~1631)의 '상례비요도'나 '가례집람'에는 차례 때 신주의 오른쪽 앞에는 술, 왼쪽 앞에는 차를 올린 그림이 있는 등 상당수의 가례 문헌에서 술 대신 차를 올렸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율곡 이이(1538~1584)가 쓴 '격몽요결'을 보면 유식(侑食)한 후에 차를 올리고 신을 보낸다는 구절이 있다.

고종 4년(1887년)에 간행된'사례찬설'에도 신부가 시집가서 사당에서 조상을 배알할 때 점다(點茶)하여 올린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믿고 따르던 '주자가례'에서는 보름날 사당이나 영당(影堂)에 지내는 제사에는 술을 쓰지 않고 차를 써야 한다고 돼 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차 대신 술을 올리게 됐을까. 현재까지 정확히 나온 문헌은 찾아 볼 수 없다.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시대에는 차례상에 차를 올렸겠지만, 유교가 주도한 조선시대부터는 제주(祭酒)가 차례상에 올랐으니 이 때부터 추정해 볼 수는 있다.

'세종실록'(1418년 8월~1450년 2월)에 따르면 상례 때 국가에서 내리는 시호를 영전에 바칠 때와 발인을 전후한 절차, 노제 등 각 의식 때마다 차를 올리고 또 술을 올려 제사를 지냈다.

강신할 때도 먼저 차를 올린 후 술을 올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