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끌벅적했던 한 주
[기자수첩] 시끌벅적했던 한 주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4.08.04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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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하는 거야. 뭔 생각을 해."

지난주 술자리에서 지인이 말했다. 너도나도 호응하며 행복 회로를 돌렸다.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을 두고 시끌벅적했던 한 주의 단면이었다.

동탄역 롯데캐슬을 포함한 주요 청약 단지가 몰린 지난달 29일, 청약홈은 몰려든 인파에 버거워했고 청약하기 위해 대기해야 하는 시간은 700시간을 넘겼다. 결국 한국부동산원은 사상 초유의 청약 마감 연장에 나섰다. 이틀간 청약홈엔 총 700만 명이 접속했고 1가구를 뽑는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에 294만4780명이 참여했다. 3가구 모집에 101만 명이 몰렸던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디퍼아)를 아득히 뛰어넘었다. 

당첨자 발표 후엔 여기저기 올라온 당첨 인증 글이 화제가 됐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사람들을 노린 스미싱 문자들도 기승을 부린 모양이다. 당첨 시 행동 요령과 해당 호수 현관문을 촬영한 사진도 나돌았다. 시세 차익만 10억원 이상을 거둔다는 전 국민 로또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이 다시 돈다. 그간 고분양가 논란에 힘겨웠던 청약 시장도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위기가 달라진 모습이다. 가격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이 계속되면서다. 시원찮은 재건축에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말이 뜬다.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다시 커질 대로 커졌다. 294만4780대1 경쟁률이 이를 대변한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에 정부도 놀란 눈치다. 그간 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가격 상승세가 수급 문제 때문이 아니라던 정부는 10개월 만에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공급 확대 기조를 내놨다. 그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5년10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이는 등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이에 정부는 연일 광복절 이전에 내놓을 예정인 부동산 대책에 군불을 때는 모습이다. 매주 부동산 시장 및 공급 상황 점검 TF 회의를 열고 대책 관련 언급을 지속한다.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총동원해서' 등 수사도 따라붙는다. 대통령실도 대출 규제 등 금융 관련 대책 포함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말을 더한다. 

곧 나올 정부 부동산 대책에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린다. 관심은 충분히 끌었다. 남은 건 정부가 내놓을 대책이 시장의 불안을 충분히 잠재울 수 있을 것이냐다. 많은 수사와 대대적인 예고로 이목을 집중시킨 만큼 애매한 수준의 대책은 되레 현재의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 당장의 손에 잡히는 것 없는 대책, 말뿐인 성찬이 돼선 여러모로 곤란하다.

south@shinailbo.co.kr